이 글을 쓰는 이유

나를 지키기 위한 떠남

by 서연담




-떠나도 괜찮다는 확신


나는 더 이상 무너지지 않기 위해 사람을 떠났다.
누구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오래 참고, 오래 망설이고, 결국 침묵하던 과거의 나에게 이제는 떠나도 된다고 말해주기 위해서.

과거의 나는 불편한 감정을 너무 늦게 인식했다.
상대방의 말과 표정을 살피느라 내 마음은 늘 한참 뒤에야 따라왔다.
그마저도 내가 잘못했나 되묻는 게 먼저였다.
그러다 보니 이탈의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고, 상대가 등을 돌리거나, 감정의 선을 넘은 뒤에야 뒤늦게 상처를 수습하곤 했다.



-위화감을 지나치지 않는 법


이제는 다르다.
나는 내가 느끼는 미세한 위화감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다정한 말 뒤에 숨어 있는 통제의 뉘앙스를 알아차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서운함 뒤에 있는 정서적 의존도 눈치챈다.
이전이라면 "나 때문일 거야"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이건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나는 관계를 쌓는 법보다 관계를 정리하는 법을 더 늦게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기술이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
예전의 나는 누군가를 떠나면 그 사람이 외로울까 봐, 상처받을까 봐 주저했다.
지금의 나는, 나 자신이 외롭고 상처받는 걸 그보다 먼저 생각한다.




-거리를 두는 기술


물론 거리를 둔다고 해서 완벽히 단절되는 건 아니다.
가끔은 마음이 흔들린다.
“너무한 거 아닐까?”
“그 사람도 나름의 아픔이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이 스치고, 문득 떠오른 얼굴에 마음이 흐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감정에 휩쓸려 돌아가면, 결국 또다시 같은 패턴이었다.
그건 이미 여러 번의 반복을 통해 충분히 경험했다.
그 기억들이 나를 멈추게 하고, 다시 중심을 잡게 한다.



-감정의 무게를 나눌 수 있는 사람

나는 이제 안다.
감정은 공유해야 살아 있고, 무게는 나눠야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관계는 감정을 나누는 척하며 사실은 무게를 떠넘긴다.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는 건 나를 지키는 방식이다.

떠나는 기술은 차갑고 냉정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미움 없이 거리를 두는 일, 서로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멀어지는 일.
그건 살아남기 위한 감정의 지혜다.
끝까지 품으려다 부서지는 사람들을, 나는 너무 많이 봐왔다.
그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살아남기 위한 감정의 지혜

나는 이제 더 빨리, 더 정확하게 거리를 본다.
그건 고립이 아니라 선택이고, 단절이 아니라 회복이다.
이 기술 덕분에 나는 더 평화롭고, 더 나답게 살아간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나처럼 한때 망설였던 사람들에게, 그 모든 감정이 지나고 난 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조용히,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모두에게
‘떠나는 기술’은 결국 자신을 지키는 기술임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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