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에서 내 삶을 찾다.
-적막은 평화였다.
사람을 떠난 후, 세상은 놀라울 만큼 조용해졌다.
문득 울리는 전화도,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쏟아지는 메시지도 사라졌다.
처음엔 그 적막이 어색했다.
무언가 잘못된 건 아닐까, 누군가에게 너무 차가웠던 건 아닐까.
그러나 그 질문들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곧 알게 되었다.
그 ‘적막’은 사실, ‘평화’였다.
나는 그동안 누군가의 불안을 끌어안느라 내 감정 하나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아닌 나의 속내를, 그들의 감정이 아닌 나의 감정을 처음으로 또렷하게 듣게 된 것이다.
-내 하루가 내 것이 된 시간
하루는 아주 단순하게 흘러갔다.
아침 햇살이 들면 일어나 따뜻한 차를 끓이고, 직장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점심엔 좋아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저녁이면 남편과 함께 조용히 걷는다.
누구의 불만도, 비난도, 기대도 없이.
그냥 나의 하루가 나의 것이었다.
누군가는 그런 일상이 지루하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는 처음으로 얻은 ‘나만의 삶’이었다.
더 이상 타인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아도 되는 자유.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평온이었다.
-기억은 더 이상 아프지 않다
가끔은 떠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이 보낸 메시지, 함께 걷던 거리, 끝없이 반복되던 하소연.
하지만 그 기억들은 이제 아프지 않다.
마치 책갈피에 꽂아둔 오래된 편지처럼, 그냥 그런 일이 있었음을 인정할 뿐이다.
그들과의 관계가 내게 남긴 것은 고통만이 아니었다.
내가 얼마나 오래 참고 견뎠는지, 그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를 잃고 있었는지, 그리고 결국 어떻게 나를 회복해 냈는지를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 모든 시간이 고맙다.
-관계의 기준이 생기다.
나는 여전히 사람을 좋아한다.
다만, 이제는 기준이 생겼다.
나를 하나의 사람으로 존중해 주는 사람인지,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곁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인지.
그 기준은 아주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감정의 무게가 일방적으로 쏠리는 관계는 이제 맺지 않는다.
아무리 외로워도, 아무리 좋아 보여도.
예전에는 관계가 곧 나의 가치라고 믿었다.
많은 사람에게 필요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안다.
나의 가치는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혼자 있어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
사람을 떠난 삶은 텅 빈 것이 아니라, 비로소 채워지는 삶이었다.
고요 속에서 나는 나의 목소리를 찾았고, 홀로 있는 시간 속에서 진짜 관계의 의미를 배웠다.
그리고 문득, 예전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 모든 이별을 잘 견뎌줘서 고맙다고.
사람을 떠날 수 있어서,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고.
그건 결코 비겁한 선택이 아니었다고.
이제 나는, 나의 삶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