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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깎이 미술사학도 Nov 03. 2019

문화유산 답사를 하는 이유

문화재 답사를 하면 뭐가 좋을까 한번 생각해 보았다

내 취미는 문화유산 답사다. 옛 절이나 궁궐, 성곽, 서원, 향교, 폐사지, 그 밖에도 박물관에 전시된 여러 가지 유물들을 보러 다닌다.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시간을 내서 책이나 관련 자료를 읽어가며 여러모로 공부를 한다.


문화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아니고 관련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 옛날 사람들에 대한 지식이 날로 늘어가는 것을 느낀다. 이 취미를 계속하다 보니 더 깊이 있는 공부가 하고 싶어 져서 지금은 대학원 진학도 염두에 두고 있다. 돈이 없어서 고민이긴 하다.


내 취미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 요즘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리타분한 문화재 답사라니, 그게 밥 먹여주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맞는 말도 아니다. 사람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큰 틀에서 보면 비슷비슷하다. 예를 들어보자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양반, 중인, 상민, 천민의 신분제가 있었다. 지금은 법적으로 모두가 평등하지만,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의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수저 계급론이 등장해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필자도 흙수저 계급에 속한다


이렇게 문화유산을 답사하면서 과거의 사회를 공부하다 보면 현재와 다름없음에 씁쓸함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과거를 공부하다 보면 미래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감을 얻을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왜 미국의 유명 IT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많이 그러지 않았나, 인문학을 공부했던 경험이 창업을 하고 기업을 경영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인문학 얘기하면 항상 나오는 스티브 잡스.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지겹다


또 한 가지 거창한 이유를 들어보자면 진정한 우리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외면하고 서양의 것을 받아들여서 소화시키느라 바빴다. 문제는 우리가 서양인이 아니라는데 있다. 겉은 동양인이면서 서양인을 따라잡으려 하다 보니 뭔가 기질적으로 잘맞지 않을뿐더러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땅에 5천 년간 살아온 사람들이 열심히 가꾸어온 고유의 문화가 있을 터인데 그걸 우선적으로 숙지한 후 남의 것을 배우는 게 순리가 아닐까.

성인 10명 중 6명은 젓가락질을 잘 못한다고 한다.


이전 시대에 우리가 잘 나갈 때를 들여다보면 이런 식으로 외래문화를 수용했던 흔적이 보인다. 조선 정조 시대에 쌓은 화성이나, 신라의 석굴암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고유의 성곽 축조 기술에 청나라의 벽돌 문화를 적용해서 실험했던 건축이 수원의 화성이고, 기존에 있었던 우리만의 돌 다루는 기술에 외래의 석굴사원 양식이 결합되어 시도된 것이 석굴암이다. 둘 다 당대의 걸작품이지만, 요즘 시대에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요즘 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이 두 가지 문화재를 공부시킨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사뭇 궁금해진다.


수원화성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조악한 글이지만 이렇게나마 내 취미에 대한 이유를 적어보았다. 내 의견에 공감해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문화재 답사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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