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모든 것의 시작
봄, 이 한 단어가 가져다준 설렘과 기대.
누군가에겐 새로운 만남이,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알려주는 계절.
2024년, 그때의 나에게 있어서 봄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난 뒤 입안을 맴도는 쓴맛 같은 계절이기도 했다.
시작은 설렘과 두근거림을 함께 불어와 무엇이든지 도전할 용기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도전에는 실패와 좌절도 있다고, 달콤함과 쓴맛이 교차하듯 그 해의 봄은 내게 현실의 맛을 가르쳐주었다.
나날이 나무에 피어나는 벚꽃의 잎이 풍성해질수록 나의 설렘도 자라났고 새로운 경험이 주는 짜릿함은 내 마음을 톡 쏘았다.
아직도 그날이 잊히지 않는다. 늘 이 동네 토박이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올라가 보지 않았던 육교. 이상하게 그날은 마음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한번 올라가 보라고.”
육교 난간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초등학교 운동장,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그날따라 유난히 파랗던 하늘.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마음에 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던 어른의 삶. 그때의 나는 많은 불안과 좌절로 한없이 작아져 있었다.
멋질 줄 알았던 어른의 삶은 학창 시절과 별다를 게 없었다. 그저 경쟁자들의 나이가 다양해지고 학창 시절과는 다른 앞이 보이지 않은 또 다른 경주의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수많은 경쟁자들 중에서도 가장 맨 뒤에 서있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지금 여기 서 있으려고 학창 시절을 보낸 게 아닌데…”
어른이 된 뒤 항상 이 말을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 그 누구도 답을 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계속 속으로 되뇌었다.
그러다 어느 날, 모든 것이 터져버렸다.
무엇을 하든 의욕이 나지 않았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답답했다. 멀리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그런데 그날 — 육교에 올라갔던 바로 그날, 나는 오랜만에 평온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낯설었지만, 그 여느 때보다 숨은 활발히 잘 쉬어지는 순, 모든 것이 모순이었다. 그러나 모순인 것들 사이에서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만은 가슴 깊게 자리 잡았고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수많은 이유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