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동상이 움직이는 이유

괴담이 왜 이런 식으로 작동했을까

by ZW

어린 시절, 학교를 다니며 한 번쯤 이런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밤 12시가 되면 학교에 있는 동상이 움직인대."

동상이 있는 학교라면 빠질 수가 없는 이야기다.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동물, 책 읽는 동상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밤 12시에 동상이 움직인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떠돈다. 어른이 듣기에는 터무니없는 소리지만 어린 학생들은 소문을 무심코 믿어버린다. 어째서일까?

사람들은 이렇게 떠도는 소문이나 이야기들을 보통 괴담이라고 부른다. 괴이할 괴怪 말씀 담談 괴이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괴담 중에서는 유래가 있는 것도 존재하지만 언제부터 전해졌는지, 누가 지어냈는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없는 괴담도 존재한다. 이번에는 그중에서 하나인 동상 괴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동상은 왜 움직이는가?

밤 12시가 되면 동상이 움직인다. 이 괴담에는 '동상이 움직인다.'는 결과만 존재한다. '동상이 왜 움직이는가?'에 대한 동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째서 매일 돌아다니다가 날이 밝으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일까? 만약 한 학교에 동상이 여러 개라면 동상들이 밤마다 싸운다는 괴담으로 바뀌기도 한다. 싸움에서 이긴 동상은 웃고 있다.라는 결과도 추가된다. 그렇다면 동상들은 왜 매일 밤 12시마다 싸우는가? 그저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매일 밤, 전국의 학교에서는 동상들이 동시에 깨어나 움직이고 싸운다. 동일한 상황이 매일 밤 12시마다 전국적으로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별로 무섭지도 않다.


움직이는 동상과 마주치면 죽는다, 하지만 특정 행동을 하면 살 수 있다, 사실은 동상 안에 진짜 사람이 있다 등. 학교마다 다양한 유형의 문장이 추가된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동상이 왜 움직이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은 없다. 그나마 '동상 안에 진짜 사람이 있다.' 이 부분이 가장 설득력 있다. 동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혹은 다 만든 후에 빈 공간이 생겼을 때 등 어느 순간에 사람을 넣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그 사람의 영혼이 동상에 빙의했다고 할 수 있다. 빙의한 후, 동상에 갇혀 죽은 것 때문에 원한을 가지고 돌아다닌다면? 보이는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것에도 이유는 생긴다. 하지만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전국 모든 학교에 있는 동상들 안에 사람이 있다고? 그 많은 동상들이 전부 사람을 넣은 채로 만들었다면, 만든 후에 사람을 넣었다면 그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동상을 만드는 업체들이 전부 불명예를 떠안게 되는 일이다.


또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왜 학교 안의 동상들만 움직인다고 하는 걸까? 동상은 학교 외의 공간에도 세워져 있다. 길거리에 세워진 동상과 학교 안의 동상에 어떤 차이점이 있길래? 학교 안의 이순신 동상이 움직인다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동네 길거리에 있는 지역 마스코트 동상이 움직인다는 소문은 들어본 적도 없다. 대체 왜 그런 걸까?


#동상이 움직이는 배경

동상 괴담은 주로 어린 학생들, 그중에서도 초등학생 사이에서 많이 돌았을 것이다. 어린 학생들은 상상력이 풍부해 곧잘 이야기를 지어내곤 한다. 어리기 때문에 제한되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도 왕성하다. 왜 나는 할 수 없는 거지?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생각한다. 사실은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사실은 무시무시한 존재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동상 괴담도 그 일부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알 수 없는, 어떤 미지의 상황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이 아이들로 하여금 괴담에 열광하게 만든다. 동상이 움직인다. 이 괴담에 '왜?'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동상이 움직인다.' 그리고 '동상들끼리 싸운다.'는 사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동상이 움직인다고? 멋지다! 아마 이것은 당시 초등학생들이 격투 게임이나 로봇 등에 열광했기 때문이 아닐까? 어릴 때 유행했던 게임들에는 유난히 격투 게임이 많았다. 적과 싸우든, 다른 친구와 대결을 하든 격투 게임이 아이들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실제로' 동상들이 일어나서 싸운다는 이야기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괴담에서 지정된 시간이 밤 12 시인 것은 어째서일까. 보통 초등학생들에게 밤 12시라고 하면 무척 늦은 시간이다. 그 시간까지 밖에서 돌아다닐 수도 없다. 부모가 아이를 걱정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음 날로 넘어가는 정각이니 기억하기도 쉽다. 자연스럽게 밤 12시는 어떠한 관념처럼 정착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알기도 쉽고, 자신들에게 있어 미지의 시간인 밤 12시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면 괴담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전국적으로 퍼져있다고 느껴지는 동상 괴담이 왜, 어떻게 생겨났는지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 한 갈래를 소개했다. 다음에는 또 다른 괴담에 대해서 소개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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