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의 장소

by 신혜정

* 본 포스트는 강의 과제 제출용으로 작성한, 레이 올든버그 저, 김보영 역(2019)의 <제3의 장소>의 1부 3장 - '개인적인 이점'에 관한 짧은 리뷰입니다.





"내가 아는 꽉 막히고, 스스로 사고할 줄 모르고, 불행한 사람들은 대개 온종일 일하고 바로 집으로 가서 먹고, 텔레비전 보고, 자는 것밖에 하는 일이 없다. 그들에게는 일과 가정생활 외의 그 어떤 사적인 경험도 없고, 다른 사람을 만나지도 않는다. 직장과 집만 있고 놀러갈 곳이 없다."
- 미국 저널리스트 피트 해밀(p.97)



예전에 어느 글에선가, 사람은 20대에 형성된 가치관과 관념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그것을 경험한 것은 내 예전 일상에서다. 일과 집을 축으로 돌아갔던 나의 일상에서 다른 문제들 - 사회 문제건 옆 사람의 삶이건 - 은 안개낀 변두리로 제쳐졌고, 가치관이나 관념은 물론이오 심지어는 현실에 대한 정보마저 업데이트될 일이 없었다. 그렇게 낡아진 현실인식과 관념과 가치관은 방해받거나 도전받을 기회 없이, 새로울 것 없이 세월을 지나며 굳어져갔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저자는 일관적으로 미국인을 겨냥한다)은 새로움의 필요량을 점점 소비로 채우려 한다. 새로운 물건을 사고, 새로운 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경험을 산다. 저자의 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유동적으로 모이는 제 3의 장소는 새로움과 흥분을 촉진한다.




"다른 공공공간에서 사람들은 정치적·종교적 행사, 연극, 영화, 강연, 운동경기를 보는 관객일 뿐이다. 그러나 펍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면 술을 파는 사람이든 사는 사람이든, 구경꾼이 아닌 참여자가 된다."
- 매스 옵저베이션 연구 중(p.100)



그때의 새로움은 소비를 통하지 않는다. 제 3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직접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사회이도 높아지는 질높은 경험을 한다. 미국 사회학자 마셜 클리나드의 미국 중서부 문화 연구에서는, 시민들 다수가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모임 또는 관계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교회보다는 태번(선술집)을 꼽았다.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관계란 곧 자신의 환경이고, 건강이다. 제3의 장소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관과 생각과 소통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며 지나치게 자신의 방에 고립되는 일 없이 균형감각을 찾을 수 있다.


도시에 살든 교외에 살든 폭넓은 친구 네트워크가 외로움을 거두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 것이다. 이동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자발적 결사체같은 '인스턴트 공동체'에 소속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고립이나 그에 수반되는 무료함과 소외감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광범위한 친구 네트워크는 결속감도 없고 본거지도 없다. 친구는 많지만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문단이 너무 공감돼서, 전화번호부를 ㄱ부터 ㅎ까지 하릴없이 넘겨보았던 저녁이 기억나서, 제3의 장소의 찐 홍보대사 저자의 말을 좀 믿어보고 싶어진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무리로서 만날 수 있는,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친구들이자 공간일 '제 3의 장소'를 찾아 단골이 되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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