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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콜리 맛있어 Nov 08. 2024

'전생의 쌍둥이'를 인터뷰하다

대학에서 만난 전생의 쌍둥이를 인터뷰하다.

[본 인터뷰는 2023년 10월에 진행한 것으로, 글의 시점은 인터뷰를 진행한 시점을 기준으로 쓰였음을 밝힙니다.]


오늘의 인터뷰이는 나의 가장 친한 대학 친구이자 일상의 80퍼 이상을 함께하는 사람이다. 정말 가까운 친구지만 항상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하고 재미난 사람이다. 무계획이 계획인 우리는 어느 날 급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렇게 친구는 '다들 어떻게 사세요?' 시리즈의 첫번째 인터뷰이가 되었다.


1. 당신은 누구입니까

A : 오..꼬.동(가명)


2.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A : 오..꼬.동(가명)


3. 지금 무슨 생각하고 계세요?

A : 아무 생각 안해요.


4.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A : 3가지 정도가 있는데, 첫번째는 너가 참 말도 많고 생각도 많구나, 두번째는 '아, 돈없다..'이고요.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강의실에 그냥 앉아서 수업도 듣고 중간중간 딴짓도 좀 하고.. 그러고 싶다' 이런 생각 많이 해요. 허허.


5. 방금 돈이 없다고 하셨는데 혹시 알바 하세요? 한다면 무슨 알바인지도 궁금해요.

A : 동물카페에서 앵무새랑 돼지 똥을 치우면서 돈 벌고 있어요. 알바 때문에 허리도 아프고 발도 아프네요. 전 꼭 나중에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이 되고 싶은데, 뭐 적당히 돌아다니는 직업이면 좋겠네요. 사실 월급 루팡이 되고 싶어요. 사장님이 절 후원해줬으면 좋겠네요. 아 참, 동물카페에 아기돼지의 삶이 참 부러워요. 그 친구는 행복해보여요. 항상 웃고 있고 꼬리도 자주 흔들거든요.


Q : 그게 행복의 표시가 맞아요..? 그게 아니라면요?

A : 그건 생각해본 적 없어요. 안중요해요.


6. 동물카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볼까요?

A : 싫어요.


7. 그럼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하나 뽑으라면요?

A : 일본 여행 갔을 때 후쿠오카에서 실수로 들어간 횟집이 있거든요, 거기서 코스요리를 먹었는데 그게 진짜 맛있었어요. 무슨 회가 나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튼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나요.


8. 최근 들어 제일 좋아하는 게 뭐에요? 특정한 물건이나 공간, 음식도 괜찮고요.

A : 딱히 없는데.. 아,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제일 좋아요.


9. 그럼 요즘 기대되는 일이 있어요? 있다면 그게 뭔지도 궁금해요.

A : 10월쯤 마라톤을 하나 나가요. 지금은 그게 제일 기대돼요.


Q : 몇키로 코스 나가세요?

A : 10키로요.


10. 이제 조금 깊게 들어가볼게요.

A : 갑자기? 얼마나 깊은데요?

    A' : 뭐 가치관 같은 걸 물어볼 수도 있고, 인생의 깊은 이야기를 물어볼 수도 있어요. 대답하기 싫거나 불편한 질문은 답변 안해도 괜찮고요.


11. 지코의 노래 가사를 인용할게요. 만약 내일 죽는다면 발길을 돌릴 곳이 있나요?

A : 창원 갈래요. 본가 가서 엄마랑 아빠 보고, 지금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에 들어갈거에요. 너무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는 바람에 이전 집에 대한 마음 정리를 다 못했거든요..


12. 인생의 암흑기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어요?

A : 있죠. 근데 굳이 생각을 안해요. 생각 안나기도 하구요. 사람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 까먹는다고 하던데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얼마 전에도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었는데 지금은 뭐 때문이었는지 기억도 안나요. 하하. 그래서 그냥 스트레스 받는 게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 그래요. 아, 생각해보니 베트남에 국제학교를 다니던 시절이 가장 최악이었어요. 정말 그때 만난 인간들은 그냥 다 심각한 수준이었어요. 근데 제가 뭐 극단적인 표현을 쓴 게 아니라 정말 걔네는 그래요.


13. 아.. 그랬군요. 그럼 반대로 인생의 황금기는요?

A : 전 20살이던 작년도 재밌었고, 며칠 전에 즉흥적으로 바다 놀러가서 입수한 것도 재밌었고요. 뭐 중고등학교도 사실 재밌었고 초등학교는 기억이 잘 안나네요.


14. 전반적으로 느껴지기에 쉽게 말하자면 단순한 삶, 그냥 느껴지는대로 느끼고 순간순간을 사는 느낌인데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A : 아무 생각이 없어요. 그냥 큰 불편함 없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15. 꿈이나 목표가 있어요?

A : 몽골에 가고 싶어요.


Q : 왜요?

A : 별보러요.


16. 올해 버킷리스트 중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뭐에요?

A : 패러글라이딩! 근데 저는 버킷리스트를 쓰기는 해도 그걸 생각하고 살진 않아서 버킷리스트가 필요 없는 것 같긴 해요,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요. 저는 뭐 써놓고 맨날 까먹는데 쨌든 잘 살고 있어요.


17. 만약 인생에서 단 하나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꿀래요?

A : 머리숱이 조금 많았으면 좋겠어요. 아니다, 키가 좀 컸으면 좋겠네요. 아, 그냥 머리숱이 많은 걸로 할래요.


18. 스스로 생각하는 삶의 의미가 있어요?

A : 지금 당장은 몽골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요. 그 다음 목표나 의미는 또 생기겠죠 뭐. 장기적으로 보는 타입은 아니라 생각 안해요. 어차피 제가 해야할 건 취업이고, 그런 건 취업하고 생각해도 충분하다고 느끼거든요.


Q : 취업 후에 생각해보니 일이 너무 안맞고, 한 마디로 이도저도 아닌 답 없는 상황이라고 느껴지면요?

A : 일이 안맞으면 길이야 다시 찾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1~2년 동안이라도 일하면서 돈을 좀 모으고 그걸로 투자해서 다시 길을 찾아야죠. 애초에 안 맞는 일이란 게 있을까 싶기도 하고, 늦었다곤 생각 안해요.


갑자기 진행된 친구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지만, 인터뷰를 해보니 나와는 정말 뼛속부터 다른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론 큰 걱정 없이 현재를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고, 나와 이렇게까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잘 맞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세상에는 자신의 방식대로 인생을 가꾸어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하고 서로 다른 사람이 존재할 뿐, 옳고 그름은 없다. 당신은 어떻게 오늘 하루를 보내고, 어떻게 당신의 인생을 가꾸어나가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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