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접하는 수많은 '급발진 주장 사고' 중, 진짜 급발진으로 볼 만한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나는 오늘, 급발진이라는 현상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적 함정과, 그것을 부추기는 사회적 오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 베테랑 택시 기사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화제가 된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급발진의 피해자라고 확신하며 영상을 제출했지만, 그 안에는 그가 처절하게 외치는 동안에도 연신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만약 그가 영상을 미리 확인했다면, 자신에게 불리한 이 증거를 제출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제출되지 않은 영상 중에는, 이처럼 자신의 오조작을 확인하고 침묵을 택한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진짜 급발진이라면, 운전자는 자신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데도 차가 가속하는 현상을 겪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단서는 브레이크등의 점등 유무다. 브레이크등은 자동차의 다른 제어 시스템과 분리된, 독립적인 구조다. 시동을 켜지 않고 밟아도 불이 들어온다. 만약 급발진 상황에서 브레이크등마저 켜지지 않았다면, 자동차 제어 시스템과 브레이크등 시스템이라는 최소 두 가지가 동시에 고장 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 확률은 지극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발진 관련 콘텐츠에는 주기적으로 같은 내용의 댓글이 달린다. "브레이크 밟는 영상이 있는데도 법원에서 급발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그런 판례도 없거니와, 만약 그런 영상이 단 하나라도 존재했다면 세상은 이미 뒤집혔을 것이다. 이런 거짓 댓글들은 대중의 불신을 먹고 자라며,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급발진'이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상처럼 인식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대기업에 대한 반감과 맞물려, 사람들은 '급발진이 아니다'라는 증거보다 '급발진이다'라는 주장에 더 쉽게 귀를 기울인다. 차량 기록 장치(EDR)에 '풀 가속' 기록이 남아있어도, "제조사가 조작한 것 아니냐"는 감성적인 반박이 힘을 얻는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운전자에게 치명적인 심리적 함정을 만든다. 주행 중 페달을 오조작하여 차가 의도치 않게 가속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 급발진이다!"라고 단정해버리는 것이다. 그 순간, 운전자는 자신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발을 떼어보면 모든 것이 확인될 상황에서, 그들은 자신이 밟고 있는 것이 브레이크라고 굳게 믿으며 더 깊이 밟는다.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는 공포에 휩싸여, 이리저리 충돌을 피하려다 결국 더 큰 사고를 내고 만다.
사람들은 급발진이 인정된 해외 사례로 '도요타 리콜 사태'를 흔히 언급한다. 하지만 그 사건의 본질은 차량의 전자제어장치(ECU) 오류가 아니었다. 운전석의 발 매트가 가속 페달을 눌러 발생하는, 지극히 물리적인 문제였다. 즉, 그것은 '기계적 급발진'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 의한 '페달 고정' 현상이었다. 이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채, "거봐라, 급발진은 인정된 현상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행위다.
나는 급발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건 급발진이다"라고 먼저 단정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잃어버린다. 진짜 급발진을 인식한 운전자들은, 발을 페달에서 떼어보고 상황을 파악한 뒤, 차체를 벽에 긁어 멈추는 등의 기지를 발휘해 큰 사고를 막기도 한다.
우리는 착각해서는 안 된다. 브레이크는 압력을 도와주는 장치가 고장 나더라도, 있는 힘껏 밟으면 결국 작동한다. 자전거 브레이크처럼 말이다. 주차 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해 본 경험은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 있다. 그 아찔한 순간이 주행 중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 또한 위험한 자기기만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대기업 편을 드느냐"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정치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다. '급발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는 순간, 우리는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오조작을 했을 수 있다는 작은 의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이 복잡한 기계 속에서 우리의 목숨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