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사랑한 화학도,
우주과학의 벽

by Yong

별을 사랑한 화학도, 우주과학의 벽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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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학을 전공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별과 우주에 대한 동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원자와 분자의 미시 세계를 들여다보면서도, 나의 시선은 종종 밤하늘의 거시적인 신비를 향했다. 그 순수한 이끌림으로, 나는 굳이 우주과학 관련 수업을 신청해 들었다. 하지만 그 강의실에서 내가 마주한 것은 낭만이 아닌, 압도적인 현실의 벽이었다.


1. 공학의 끝판왕, 그리고 나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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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의 끝판왕이 인체를 다루는 의학이라면, 공학의 끝판왕은 단연 우주과학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하나의 학문이 아니었다. 물리학, 화학, 기계공학, 컴퓨터과학, 재료공학 등 인류가 쌓아 올린 거의 모든 지식이 총동원되는 종합 예술의 경지였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직접 닿을 수도 없는 영역의 것들을 오직 데이터와 수학적 모델만으로 연구하고 예측해야 하는 세계. 로켓 하나를 쏘아 올리기 위해 풀어야 하는 방정식의 무한한 복잡성 앞에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냉정한 진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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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새로운 개념과 이론 하나로 모든 것을 간단하게 설명하지만, 현실의 우주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우주선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 반작용으로 본체는 반대 방향으로 맹렬히 튕겨 나간다. 영화 속에서는 ‘자세 제어 시스템’이라는 편리한 말로 퉁치지만, 현실에서 그 반동을 완벽하게 상쇄하는 것은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온 사방으로 레일건을 쏘아대는 우주 전투가 벌어진다면, 그 우주선은 그 다양한 각도의 반작용 때문에 드릴처럼 뱅글뱅글 돌며 우주 미아가 될 뿐이다.


2. 현실을 담아낸 유일한 우주, '익스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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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물리학적 현실을 그나마 정직하게 담아낸 작품이 바로 미국 드라마 ‘익스팬스(The Expanse)’다. 그곳의 우주선들은 무중력 공간에서 인공 중력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가속하고, 급격한 방향 전환 시 파일럿들은 엄청난 중력가속도(G-force)를 견디기 위해 약물을 주입한다. 심지어 특정 포탈에서 강제로 감속당한 한 조종사의 몸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리는 잔혹한 장면은, 우주라는 공간이 인간이라는 유기체에게 얼마나 가혹한 환경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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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로켓 발사에 수시로 실패한다. 그것이 바로 인류가 마주한 현실의 벽이다. 나의 낭만적인 동경은 그 거대하고 냉정한 벽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나는 깨달았다. 왜 세계 최고의 천재들이 NASA에 모이는지를. 그들은 단순한 과학자가 아니라,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과 싸우며 인류의 꿈을 현실로 바꾸는 개척자들이었다.


3. 시뮬레이션이라는 이름의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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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의 경이로움과 그 압도적인 복잡성을 마주할수록, 나는 ‘시뮬레이션 가설’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아무리 봐도 이 우주에서 지구라는 행성은 너무나 비상식적이다. 태양과의 절묘한 거리, 생명을 지키는 자기장, 적절한 대기 조성. 이 모든 조건이 수십억 년간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자연 발생적인 우연이라기보다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설계된’ 무대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우주를 향한 나의 동경과 그 앞에서 느낀 좌절감 또한, 이 거대한 시뮬레이션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 세계의 법칙을 이해하고 그 한계를 깨닫는 과정조차, 이미 짜인 각본일 수 있다는 생각. 나는 이제 더 이상 우주과학자가 되기를 꿈꾸지 않는다. 대신, 한 명의 관찰자로서 이 경이롭고도 서늘한 우주를 바라본다. 이 모든 것이 진짜든 가짜든, 별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별빛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만큼은, 진짜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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