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이라는 이름의 쇼: 코인 수사는 왜 길을 잃었나

by Yong

압수수색이라는 이름의 쇼: 코인 수사는 왜 길을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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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7년부터 코인 시장의 광풍과 절망을 지켜봐 왔다. 수많은 이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뛰어들었고,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차가운 절망 속으로 사라졌다. 그 과정에서 ‘코인빗’과 같은 잡거래소들의 사기 행각이 드러났고, ‘권도형의 루나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금융 참극이 벌어졌다. 하지만 내가 분노하는 것은 사기꾼들의 탐욕이 아니다. 나는 이 모든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지와 오만으로 일관하며 엉뚱한 곳에 칼을 휘두른 정치권과 금융 당국의 무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1. 하드디스크에 없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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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빗 사태가 터졌을 때, 수사 당국은 여느 때처럼 거래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그 소식을 접한 나는 헛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들은 코인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90년대의 방식으로 수사하고 있었다.


코인 거래의 핵심은 물리적인 하드디스크가 아닌, 블록체인이라는 거대한 공공 장부 위에 기록된다. 이더리움 관련 범죄라면 이더스캔에서, 비트코인이라면 블록체인 탐색기에서, 자금의 흐름은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다.


거래소의 공식 지갑에서 어떤 코인이 어디로 옮겨졌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금화되었는지, 그 모든 기록은 이미 세상에 공개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블록체인을 들여다보는 대신, 언제든 조작 가능한 거래소 내부 서버의 하드디스크에만 매달렸다. 그것은 수사가 아니라, “우리는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값싼 쇼에 불과했다.


2. 신병 확보라는 이름의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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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의 루나 사태는 이러한 무지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수십조 원의 자산이 허공으로 사라지고 수많은 피해자가 피눈물을 흘리는 동안, 우리 당국이 집중한 것은 오직 ‘권도형의 신병 확보’였다. 하지만 그의 몸이 어디에 있든, 그것이 피해자들의 돈을 되찾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루나 재단과 권도형의 코인 지갑을 특정하고, 그 자금이 국내외 거래소로 유입되는 순간 동결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골든타임’을 놓쳤다. 그들이 권도형의 행방을 쫓으며 세계를 헤매는 동안, 그의 자금은 수없이 쪼개지고 뒤섞이며 세탁되었고, 이제는 그 행방을 찾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더욱 비참한 것은, 그가 “스테이블 코인의 시세를 유지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사용했다”는 거짓말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 정부 당국이 아닌, 이름 없는 일반 유저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블록체인 트랜잭션을 하나하나 추적하며, 그의 비트코인이 시세 방어가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증명해냈다. 국가의 녹을 먹는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을, 이름 없는 시민들이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3. 도덕 재판과 잃어버린 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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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참극의 뿌리에는 코인 자체를 ‘도덕’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정치권과 금융 당국의 오만한 무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코인을 ‘투기’이자 ‘도박’으로 규정하고,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닌 계도해야 할 도박꾼으로 취급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불공정한 시장 구조를 바로잡는 대신, “거래소 폐쇄”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협박으로 시장 전체를 위협했다.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 맞다. 하지만 불공정한 판을 짜고, 사기를 치는 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국가의 직무유기다. 정작 잡아야 할 것은 시장을 교란하는 사기꾼들과 그들의 검은 돈이었지만, 그들은 엉뚱하게 투자자들에게만 돌을 던졌다.


어쩌면 그들은 정말로 몰랐을 것이다. 블록체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금 추적이 어떻게 가능한지. 하지만 그 무지는 결코 변명이 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걸린 문제 앞에서, 그들은 배우려 하지 않았고, 귀를 닫았으며, 오직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진짜 참극은 코인의 폭락이 아니라,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시스템을 통제하려 할 때 벌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참극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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