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5년간 사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오랜 시간 아이들을 지켜보며 깨달은 것은, 공부의 세계에도 엄연한 계급이 존재하며 그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나는 그 격차가 아이들 자신보다 오히려 부모들의 성향 때문에 더욱 벌어지고 있음을 절감한다.
요즘 학부모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감정 위주로 자녀의 교육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전문가의 오랜 경험과 데이터보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파편적인 정보나 "옆집 아이는 이렇게 한다더라"는 소문에 더 쉽게 흔들린다. "우리 아이는 힘들어해요", "이 방법이 더 좋아 보여요"라며 자신의 기준을 사교육 현장에 강요한다.
정작 그 부모가 아이를 직접 지도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감정적으로도, 전문성으로도 아이를 제대로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교육에 의존하면서도 전문가의 교육 철학을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모순적인 상황이 반복된다. 물론 "그럼 직접 가르치시죠"라는 말을 입 밖에 낼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순식간에 나락갈 수 있는 곳이 이 업계다. 소문이 무섭다.
이러한 부모의 태도는 아이에게 가장 큰 독이 된다. 내가 아무리 세밀하게 방향을 잡아주고, 아이가 수업 시간에 "아, 이게 맞구나"라고 깨달음을 얻어도, 집에 돌아가면 부모의 전혀 다른 이야기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버린다.
고통 없이 발전하는 방법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그 힘든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아이에게 더 쉽고 편한 길만 제시하려 한다. 결국 진득하게 한 길을 파고들지 못하고, 이 학원 저 학원을 전전하며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학창 시절 공부를 어느 정도 해본 부모들은 오히려 나를 믿고 모든 것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공부의 본질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에, 전문가의 기준을 존중하고 묵묵히 따라와 준다. 진짜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다. 자녀 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클수록, 외부의 소문에 더 쉽게 휘둘리고, 결국 이상한 요구를 하기에 이른다.
진득한 부모들이 점점 드물어지는 요즘, 나의 교육 철학을 지키는 것은 때로 외로운 싸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내 철학을 바꿀 생각이 없다. 그것은 지난 15년간 수많은 아이들을 통해 검증된 나의 신념이자, 이 업을 계속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나에게 배웠던 학생들이 이제는 대학생이 되어 그들의 어린 동생들을 내게 다시 보내오는 주기가 오곤한다. 물론 같은 형제라도 첫째와 막내는 다른 경우가 많다.
첫째들은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무장한 경우가 많지만, 막내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라 순발력과 창의성이 뛰어난 대신 꾸준함이 부족하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질의 아이든, 결국 공부의 본질을 꿰뚫는 훈련을 해야만 진짜 실력이 쌓인다는 사실이다.
요즘처럼 부모의 불안이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는 시대에, 교육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나는 흔들리는 아이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묵묵히 나의 기준과 철학을 지키며 길을 밝히는 등대가 되고자 한다. 그것이 이 혼란스러운 사교육 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