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나는 짧은 지느러미와 주황색 몸통,
초점없는 눈을 가진 물고기였다. 다른 물고기와
똑같은 모습을 지닌 채 무리를 따라 어항 속을 빙빙
돌기만 했다.
몇 년을 아무 생각 없이 헤엄쳤다. 약간의 답답함만
빼면 크게 불편할 것 없는 삶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물고기가 발작을 일으키면서 헤엄을 멈췄다.
그리곤 온 몸에 힘을 주더니 수면 위로 펄쩍 뛰어올라
어항 밖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사라진 물고기는 다시 어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도 그 물고기의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지만, 누구는 질식해서 죽었을 거라고 하고,
누구는 다른 어항을 찾아 들어갔을 거라고 했다.
나는 사라진 물고기가 삶을 포기하려고 했거나,
또 다른 감옥에 갇히기 위해서 어항 밖을 나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해
힘껏 도약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의 생각을 들은 물고기들은 잠시 정적을 보이다
킥킥 거리며 비웃기 시작했다. 물고기가 어떻게
인간이 되냐고,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라고 한참을
웃어댔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지느러미가 곤두섰다.
왜 물고기가 인간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틀린 건 내가 아니라 그들이다. 물고기도 인간이
될 수 있다.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위로 틀어 지느러미를 빠르게
움직였다. 지느러미에 통증이 느껴져도 숨이 가빠와도
수면 위에 다다를때까지 쉬지 않았다. 얼굴이 수면을
빠져나왔을 때, 사라진 물고기가 그랬던 것처럼 어항
위로 힘껏 뛰어올랐다.
몸이 바닥에 철퍼덕하고 닿았다. 허억하는 소리와
함께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아가미를 열어 호흡하려
했지만 아무런 숨도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바보 같은
생각을 한 건가? 정말 물고기는 인간이 될 수 없는
건가? 서서히 눈이 감기고 숨이 멎어가던 때, 아가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반짝거리는 비닐이 우수수 떨어져
바닥을 빛내고, 찰랑이던 지느러미가 떼어져 나갔다.
점점 몸이 물고기의 형태를 벗어나고 있었다.
두둑. 순간 엄청난 고통이 닥쳐왔다. 몸을 뚫고
무언가가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뿌득 소리를 내며
팔이 몸 양쪽에서 튀어나오고 다리에도 같은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차례차례 다리, 얼굴, 목, 가슴, 배
순으로 새로운 부위가 생겨났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몸을 부들 떨다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숨이 코로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더니 손가락이 살짝 구부러졌다.
잠깐, 손가락이라니? 무거운 바위가 올려진 듯한
눈을 겨우 움직여 반쯤 떴을 때 알아차렸다.
감격에 젖어 얼굴을 더듬거리던 것도 잠시,
안개가 자욱하게 낀 길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에 순간 두려움이 몰려와
휙 등을 돌렸다. 바로 앞에 나를 가두던 어항이 보였다.
만약 어항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물고기가 되어 틀에
박힌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끝이 어딘지
가늠할 수 없는 길을 걷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인간이 되었다. 아무런 사고도 하지 않고
같은 자리만 빙빙 돌던 물고기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원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인간.
나는 숨을 크게 쉬고 얼굴을 힘껏 쳤다. 고통을 참고
얻어낸 손으로 땅을 짚고, 두 다리로 일어섰다.
그리고는 천천히 안갯길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이 길
끝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음에 기뻐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