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따르릉.
12시가 되자마자 울리는 알람 소리.
그러고선 띄어진 “9월 22일 000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 그날은 중학교 2학년으로서 처음 맞이한 나의 생일날이었다. 한껏 기대에 부푼 나는 잔뜩 쌓일 축하 메시지와 선물을 상상하며 친구들의 연락을기다렸다.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간. 그러나 10분, 20분, 1시간이 지나도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너무도 큰 기대를 했던 탓인지, 실망감이 점점 온몸을 뒤덮어갔다. 생일에 기분을 망치기 싫어 ‘피곤해서 다들 자고 있나 보다. 내일 축하해주겠지.’라고 애써 나를 다독이며 침대에 몸을 뉘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몸을 번쩍 일으키고 쏜살같이 학교에 갔다. 축하를 잔뜩 받을 거라는 기대에 부푼 채 교실 문을 활짝 열었더니 “00아, 안녕!”하며 반갑게나를 맞이하는 친구들이 보였다. 그러나 그 말을 끝으로 친구들의 입은 다물어졌다. 내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하교 시간이 다 돼가는데도 축하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없자 속상함이 올라왔다. 내가 먼저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축하해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중학교 2학년의 자존심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저 쿨한척,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학원으로 향하는 수밖에 없었다 .
학원을 가는데 발이 자꾸만 땅으로 푹푹 꺼졌고 날은 맑지만 마음속에선 비가 내렸다. 15살, 친구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나이. 이런 게 세상에서 버려진듯한 기분이었을까. 깜깜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밝히고 싶어좋아하는 디저트 가게에 갔지만 가게의 문이 닫혀있었다.
‘와…. 나 오늘 최악의 생일을 보내겠구나. 어떻게 이렇게 운이 나쁠 수가 있지’.
기분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띠링띠링 전화가 왔다.
“야, 어디냐? 왜 학원 안 와”
학교 친구 중 한 친구의 전화였다.
“아…. 나 지금 가고 있어.”
”빨리 와라. 곧 수업 시작한대.“
전화는 뚝 하고 끊어졌다. 울적한 기분 때문에 몸이 무거웠지만 수업에 늦으면 안 됐기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빠르게 달려갔다. 그런데 학원 문 앞에서 누군가 서성이고 있는게 보였다. 내게 전화를 했던 친구였다.
”뭐야? 왜 여기 있어?“
친구에게 물었다.
”아 왜 이렇게 늦게 와! 빨리 들어가자“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폭죽 가루가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00아 생일 축하해!!“
순간 멍해졌다. 눈앞엔 친구들의 활짝 웃는 모습과 초가 꽂힌 케이크가 있었다.
불꽃이 점점 일렁이고 눈 초점이 안 맞기 시작하더니 곧 눈물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러곤 속에 담겨있던 말들이 입밖으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너네가 내 생일을 기억 못 하는 줄 알았어. 축하한다는 연락도 없고 학교에서도 축하를 안 해주고“
”그럴 리가 있냐. 다 깜짝파티를 위한 계획이었다고!“
친구들이 웃으며 말했다.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쏟아졌고, 안도감과 행복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친구들은 울고 있는 내 손을 이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친구들이 준비한 선물과 편지가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기쁨과 닮은 감정들이 가득 차올랐다. 그때만큼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문뜩문뜩 떠오른다. 아주 속상한 생일일 뻔했지만 깜짝파티, 케이크와 선물, 그리고 친구들과의 끈끈한 우정을 얻은 운수 좋은 그날을. 나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