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이 달라서 후원까지는 못해도
대학시절의 단짝이었던 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 A를 TV에서 보고 내가 반가워하자
아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동안 그 말하고 싶은 거 참는다고 고생했다
나는 멀티플레이가 안되어서
전 남친이랑 사랑놀이 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안 했지
그 전 남친이 지금은 남편이 되었구나^^
아 그러고 보니 그 시절에 저 언니도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었는데 사시에 합격해서
변호사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었네...ㅎ
나라를 구하는 사람도 있고
가족을 구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가족만 구하고
저 사람은 더블플레이를 했네
뛰어난 사람들이 봉사도 멀티로 하는구나
하고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가족들은 나를 보고 개천에서 용이 나지못하는 걸
안타까워했지만 그 혜택은 양가 가족의 몫이었다
엄마를 모시면서 조카도 키우고
남편이 실패한 모든 투자의 뒷바라지까지는 애교다
우리만 제외하고 재산을 나누어가지고도
나에게 정서적인 학대를 반복한 시댁의
어마무시한 돈문제의 뒷바라지까지.
이제 와서 돌아보면 알고는 선택할 수 없는
가시밭 길이었고 그 고통의 절정에서
나는 쓰러졌다
그리고
나는 후유증세로 죽을 때까지
아픈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후회는 없다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본 것에 만족하니까
가끔 내가 변호사가 되었어도
그런 희생적이고 끝없는 봉사가 가능했을까를
상상해 보면... 아니다!
양가 가족이 나의 육아에 동원되었을 것이고
그런 비정상적인 갑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내가 성공한 사람이 아니어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혜택을 양가 가족이 원 없이 나누어서 누렸고
아들도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엄마의 손길에 대해서는 결핍 없이 자랐다
내가 변호사가 되지 못한 건
그들에게는 행운정도가 아니라 거의 로또였다
그리고
나는 사랑하는 남자랑 살아본 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우리가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그를 평생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을 거니까
또한
어차피 멀티가 잘 안 되는 나의 성향을 고려할 때
전업주부로 아기자기하게 살림만 신경 쓰고
남편만 바라보면서 살아본 것도
나름 재미있고 행복했다
브런치에서 만난 채수아 작가님의 에세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종이책으로 만났다
대한민국의 국가대표급 효자를 사랑한
순수하고 착한 여자의 운명이
소금처럼 자기를 녹여서 맛을 내고
양초처럼 자기를 태워서 빛을 내는 이야기이다
브런치에서 읽어서 아는 스토리를
종이책으로 받아보니 감격스러웠다
내가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자
효자를 사랑한 동지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계속 교사로 살면서 교감도 되고 교장도 되었으면
작가님이 더 건강하고 더 행복을지도 모르겠다
한 많은 시어머니의 착한 며느리로 살면서
작가님이 고통을 받고 건강도 잃은 것이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며
또 다른 나를 보는 것 같아 많이 속상하기도 했다
한 가문의 고통의 역사를 사랑으로 품어낸
여인의 이야기가 감동스러운 것은
모든 종교와 철학의 가르침인 사랑과 자비를
몸소 실천한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의 길을 선택하고
인류에게 구원을 선포하고
부처님이 왕좌를 포기하고
인류의 고통을 끝낼 수행을 선택한 뒤에
너희는 커다란 헌신이 남긴 가르침을
소소하게 실천만 하고 자유롭고 행복하라고 했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 소소한 실천조차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커다란 헌신의 길 위에서
끝까지 완주하신 작가님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