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너무 엄격한 거 아니야?
남편이 물어왔다
-내가 용서하지 않는 것은 딱 하나야
아주 간단하고 명료해
구걸을 해서라도 살아내려고 애쓰는 존재를
누군가가 멸시하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면
그 누군가가
아무리 오래된 인연이어도
또 나에게
아무리 소중한 인연이어도 그냥 놓아버리더라고
아마도 내가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여러 번을 기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이어서
그럴수도 있어
그래서 <연민>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약한 감정인 것 같아
이상하게도 자기보다 약자에게
너무 오만하다는 느낌이 들면 별다른 결심 없이도
그냥 정이 떨어지고 관심이 없어지더라고
다시 노력하는 것도 불가능해지고...
당신도 이제는 알 거야
보통의 사람들이 용서하지 못하는 것도
바보처럼 다 이해하다가
자기보다 훨씬 약한 존재를 무시하는 것을 보면
나는 그냥 관계의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는 걸..
가끔 시시하게 느껴져도 끝까지 견디어주는 건
나 자신 하나로도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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