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에 들렀다
-좀 괜찮으세요?
하고 선생님이 물어보셨다
-네
하고 대답을 하니
그가 물끄러미 쳐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나도 잠시 따라 웃었다
환자들이 붐빌 때는 최대한 빨리 진료실에서
사라져 주고 싶은데 그것은 오늘처럼
내가 덜 힘들 때만 가능한 소소한 매너이다
서로 새해 인사를 하고 3분 만에 나와서
약을 타고 차를 몰아 산책로로 이동을 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인근의 텃밭에서 물통을 가득 실은
리어카의 바퀴가
돌부리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두꺼운 장갑을 낀 손으로 손잡이를 잡아주며
자주 마주치던 그 어른의 옆에서
함께 힘을 주니 스르르 리어카가 움직였다
그와 가볍게 인사를 하고 차로 걸어가는데
툭하고
내 마음에서 돌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쩌면 내가 그의 옆에서
손만 얹어도 리어카는 움직였을지도 모른다
큰 도움이 아니어도 가끔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그래서
내가 많이 기대기도 하고
내 어깨를 많이 내어주기도 했다
나는 또 그렇게 걸어가겠지
가끔씩 지금도 궁금하다
5년 전 의식이 돌아오고 며칠쯤 지나서
잠시 조용했던 중환자실에서 내 손을 닦아주고
손톱을 깎아주고 내 이마를 쓸어준 그 손길이
섬망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