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크를 만들려고 보니 우유가 떨어져 급히 편의점으로 가서 익숙한 동선을 지나 아무 생각 없이 매일 사 오는 것을 한 병 집어와서 계산을 마치고 보니 요즘 푹 빠져있는 날렵하고 투명한 병에 담긴 동동주다.
혼자 빵 터지며 다시 들어가 동선이 익숙하지 않은 라인에서 우유를 들고 와서 계산을 하고 나왔다.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
몇 달 전에도 우유를 사러 갔다가 아무 생각 없이 맥주 4캔을 사고 돌아와서 다시 우유를 사러 나간 적이 있으니 말이다.
애주가로 소문난 나의 못 말리는 술 사랑을 어찌할꼬.
내가 술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취기가 돌면서 알딸딸해지면 슬픔은 반이 되고 기쁨은 배가 된다.
밤 12시가 지나면 아름다운 드레스가 누더기로 돌아가 버리는 신데렐라처럼, 술을 깨고 나면 이런저런 감정들이 원래의 질량대로 돌아가 버린다고 해도 어둠이 깔린 시간만은 그 환상적인 유혹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미남도 부자도 동동주 한 병이나 맥주 한 캔으로 바꾸지 않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