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의 간호사들은 뛰는 것과 걷는 것의
중간쯤 되는 속도로 바쁘게 움직인다.
어느 날 내게 가까이 다가와 이것저것 체크하는
간호사에게 눈을 계속 깜빡여서 신호를 보내자
결박한 오른손을 풀어 주었다.
내가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시늉을 하자
그녀가 웃으며
네임펜과 코팅된 기록지를 들고 왔다.
말을 할 수가 없으니
메모로 간단한 소통을 시도하려고 했는데
펜을 드니 삽을 든 것처럼 무겁고
처음 글씨를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동그라미 하나를 삐뚤하게 쓰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녀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었다.
나는 오늘이 언제냐고 물었고
그녀는 2021년 1월 10일이라고 대답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월 3일 아침에 쓰러졌지만
부분적인 기억의 상실로
내 기억은 2020년의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었으므로 2021년이라고 말하는 것이
낯설고 생소했다.
1월 10일이라는 것을 듣고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고 쓰자 간호사가 어디론가
뛰어갔다가 돌아와서 남편에게 전화를 해보니
오늘이 결혼기념일인 것이 사실로 확인되었다며
몹시 기뻐했다.
의식과 기억에 관한 뇌기능이 정상인 것을
확인하자 그녀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남편과 영상통화를 시켜주었다.
나는 인공호흡기를 물고 있어 눈만 깜빡이고
남편과 아들이 교대로 간신히 눈물을 참아가며
여전히 우리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중환자실 옆에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 당시 남편은 급히 휴직을 신청하고
아들은 고3을 앞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야구 훈련을 중단한 채 중환자실 옆의 대기실에서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대기하고 있다가
간호사들의 연락을 받으면
즉시 소통을 하면서 집에 잠시 들러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이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나의 의식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아들이 포기하고 있던 야구부의 동계훈련에
뒤늦게 합류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