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망 증세

by 자유인

현실이 아닌 환상을 현실처럼 생생하게 보고

그것에 반응해서 헛소리를 반복하는 것이

섬망 증세이다.

처음 의식이 돌아왔을 무렵에

나는 무시무시한 섬망 증세에 시달렸다.


심폐소생술의 후유증으로

숨을 쉴 때마다 끔찍한 가슴 통증이 있었고

패혈증에 대한 늦은 대응과 장시간의 심정지

후유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 오는 바람에

신장 기능의 저하로 다리에는

투석기를 연결해 돌리고 폐기능의 저하로

폐에 고인 물을 빼내기 위해 배에 구멍을 뚫어

호스를 삽입해 주머니와 연결하고

혈색소 수치까지 낮아서 가슴팍에는 얼음팩으로

감싼 수혈 주머니를 차고 양팔에는 수액 주머니를

열 개쯤 주렁주렁 나누어 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섬망 증세까지 와서

너무도 선명하고 생생한 환상 속에서

낯선 이들에게 가족을 모두 살해하겠다는

지독한 협박에 시달리면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가슴통증과 장기부전으로 인한 육신의 고통을

감당해 가며 섬망 증세로 정신적인 공포에까지

내몰리면서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하는

극도의 고통을 반복했다.




지인들과의 만남으로

현실감각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의료진의 판단으로 중환자실에 더 있어야 하는

상태이지만 일반 병실로 옮기고

남편이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들과의 만남과 대화 중에도

말도 안 되는 많은 헛소리들을 했지만

그 만남들을 계기로 섬망증세는 급속도로

줄기 시작하다가 마침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친구란 그런 존재들이었다.

무시무시한 환상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나를

눈물겨운 우정으로 껴안아

현실의 세상 속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 사람들....




섬망이 사라지고 난 후

도대체 내가 왜 그렇게까지 되었던 거냐고

담당 교수님에게 물었다.

온몸이 너무 충격을 받아서 체력이 감당을 못하니

잠시 정신줄을 놓은 거라며


살아남은 것이

의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기적같은 경우라서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가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