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맥주를 너무나 좋아한다.
매일 각자 몇 캔씩 마실 정도다.
살찌는 것이 부담스러워
저녁에 안주 없이 맥주만 먹어도
적지 않은 돈이 드는 셈이다.
그래서 목이 늘어난 티셔츠 몇 장으로 여름을
버티면서도 맥주 값은 결코 아까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꿍짝이 맞는 술꾼 둘이서
매일 집에서만 마실 리가 없다.
한 번씩 맛집을 가기도 하고
동네의 술집 투어를 하기도 한다.
남편은 구멍이 난 양말을 버리지 못하고
꿰매 달라고 할 정도로 알뜰한데
술값은 아끼지 않는 편이고,
매사에 검소한 나도
유독 술값으로 드는 돈은 아끼지 않는 편이다.
하여 우리 집은 쌀이 떨어지는 일은 있어도
맥주가 떨어지는 일은 없다.
오래전 불타는 사랑으로 출발한 우리 부부는
어느 순간부터는 의리로 버티다가
그렇게 술친구로 함께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어느 날
시어머니께서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많이 나왔다며
돈 얘기를 꺼내셨다.
늘 카드 대금을 신경 쓰셔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명세서를 보여 달라고 했다.
그런데
고가의 수입 화장품인 ‘겔랑’이 찍힌 명세서를 보자
나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 어머니,
저는 이니스프리(저렴한 국산 화장품 브랜드)
바르고 있어요
내가 볼멘소리를 하자
- 너는 아무거나 발라도 예쁘잖아
하고 당당하게 특급 마무리를 하신다.
칭찬과 유머로
며느리의 지갑을 여는 방법을 알고 계신다.
카드 결제로 쓰실 돈을 드리고 나서
어느 날 남편에게 겔랑을 운운하며 쿨하지 못하게
뒤끝을 부리는 나에게
까칠한 우리 아들이 돌직구를 날린다.
- 어머니, 맥주 끊고 비싼 화장품 바르세요
오 마이 갓!
그동안 이니스프리를 바르는 나는 검소하고
겔랑을 좋아하는 시어머니는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다.
우리는
아끼지 않고 투자하고 싶은 분야가 달랐던 것이다.
나는 맥주를
어머니는 피부를 선택하신 것 뿐이었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우리 어머니의 아들도 어머니 편이고,
내 아들도 어머니 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