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살며
서로의 노화 과정을 지켜보게 된 한 사람이 있다.
우리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일 때
같은 반이었던 것 같다.
단박에 눈에 띄게 화려한 사람은 아니지만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정갈하고 단아한 사람이다.
늘 시크하고 세련된 차림이지만
가끔은 화사하고 여성스러운 원피스 차림이다.
어떻게 그렇게 늘 멋지게 하고 다닐 수 있는지
비결을 물으니, 상체가 조금 긴 체형이어서
핸디캡을 커버하려고 약간 굽이 있는 신발과
스커트를 즐기는 편인데 남들에게는 멋쟁이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겸손하기까지 하다.
멋진 사람이 겸손하면 더 아름답다
그녀는 아들만 세 명을 둔 이른바 삼돌이 맘이다.
삼돌이 모두 열성적으로 교육하고 멋지게 입히고
잘해 먹이는 그녀의 SNS에는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요리들이 등장한다.
키도 크고 예쁜 그녀는
목소리도 곱고 말도 상냥하게 한다.
잠시의 휴지기를 제외하고는 직장을 다니거나
카페를 운영하거나 남편의 사업을 돕기도 한다.
우연히 마주치면 언제나 빙긋이 웃으며 가볍게
허리를 굽혀 우아하게 인사를 한다.
긴 세월을 보아왔지만
그녀가 남의 험담을 하는 걸 들은 적도 없고,
무언가를 불평하는 걸 본 적도 없다.
누군가가 그런 사람인척
흉내 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다 나오는지 모르겠으나
존재 자체가 귀한 작품 같은 사람이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행복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이웃이다.
선하고 순수하고 넉넉하고 아름답다.
좋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과는 별도로
내가 보통의 사람이고 그녀가 특별한 여자라고
믿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듯하다.
가끔 남편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하고 나면
마무리는 훈훈하게 셀프 격려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면서...
미남도 부자도 아닌
그 집 서방님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거야.
그리고 꽃밭에 백합이랑 장미만 있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
코스모스도 있고 들국화도 있어야
하모니가 아름답지.
그녀를 보면
행복은
외부환경이나 물리적인 조건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과 인품에서 반사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게 된다.
자신의 순수한 선함과 지혜로
본인의 완성도도 높이고
친구와 가족과 이웃에게 귀한 영감도 주는
명품 존재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