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치유자

by 자유인

가을에 요로결석으로 인한 신우신염으로 열흘쯤

입원했다가 퇴원하고 입맛을 잃었을 때

같은 라인에 사는 언니가 집으로 초대해서

계란탕을 끓여 주셨다

버섯을 넣어서인지 흔히 먹던 계란국과는 다른

묘하게 감칠맛이 나는 따뜻한 탕을 후루룩 한 그릇

비우고 나서 이런저런 하소연도 들어주시고

나머지 탕도 담아주셨다


나는 언니에게 별로 잘해드린 기억이 없다

늘 웃고 다니시는 다정다감한 분이시라

나도 반갑게 인사를 잘한 것뿐인데 언니는

늘 따뜻한 배려를 아낌없이 베풀어 주셨다


서로 마음이 잘 맞아 한 번씩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분이 자신과 인연이 된

여러 사람들의 고된 사연들을 들어주고 위로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늘 해바라기처럼 웃고 다니는 언니를 보며

아무런 근심이 없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친분이 생겨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고난과 인생의 숙제를 잘 마무리하고

그로 인해 얻은 통찰과 지혜로 친구와 이웃을

두루 보살피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른바 wounded healer의 존재

상처 입은 치유자였던 것이다

자신의 상처와

그로 인한 트라우마나 노이로제 상태에

머물지 않고 그 단계를 극복하고 나서

그 힘과 경험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치유자이다


스스로는 긍정적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깊은 사람들이

닿을 수 있는 경지라고 믿는다

긍정성도 배려심도 습관이다

그래서 결국 성장도 행복도 습관이다


그녀처럼 유쾌하고 따뜻하게 익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