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걷는 연습을 하며 하루를 보내던
환자시절에 유일한 낙은 여행프로를 보는 것이었다
그때 드라마와 뉴스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었고
이후에 몸이 회복된 뒤에도 드라마나 뉴스에 대한
흥미는 다시 생기지 않았다
영화도 자연스럽고 따뜻한 감동이 있는 영화
이외에는 끝까지 몰입해서 보는 것이 힘든
까다로운 취향으로 바뀌었다
세계테마기행에 대한 나의 무한 애정은 지난
2년 동안 화면으로 여러 번 세계일주를 하게 했다
개인적으로 남태평양이 최고였던 것 같다
드론으로 상공에서 촬영한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아무것도 급할 것이 없는
한가로운 사람들
그리고
비교와 경쟁과 평가와 시기심을 내려놓고
가족과 이웃들과 소소한 먹거리를 나누며 평온하게
삶을 누리는 소박한 일상들
어느 순간부터는 그곳에서 매일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는 기분으로 공기와 냄새까지 상상하며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떤 곳은 너무 덥거나 춥고
연중 계절의 변화가 없는 것도 무미건조하고
백야현상으로 해가 지지 않는 것도 피곤하고
차가 고장 났을 때 긴급출동 서비스가 없는 것도
불편하고
공기나 경치만 좋은 것도 심심하고
총기나 마약이 넘치는 사회도 위험하고....
여러 번의 방구석 세계일주로 깨달은 것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천국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고
모든 것이
큰 은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찾아오고
조금만 이동하면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밤에도 비교적 안전하고
교육기회와 의료서비스도 좋고
사회적 인프라기반도 훌륭하고
문화적인 혜택도 다양하게 즐길 수가 있다
과도한 비교와 욕심을 내려놓으면
지금의 한국처럼 살기 좋은 곳도 드물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잠시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 아니라
긴 인생을 살아내기에 다방면의 안정감을 두루
갖춘 이곳이 완벽하지 않은 천국이 아닐까 싶다
시간적으로 역사적으로도 가장 풍요롭고
계몽화된 사회임을 생각할 때
지금의 서민으로 사는 인생이 역사 속의
왕으로 사는 것보다 행복하지 않을까...
하다못해 요즘은 우리나라 시골의 화장실도
모두 수세식이다
세계테마기행을 통해 눈뜬 작은 깨달음
지금 이곳이 천국이다!
그리고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것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