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선물로 남은 말 한마디

by 자유인

야구 특기생인 아들의 소속 중학교가

집에서 멀어 아침마다 운전을 해서

등교를 시켜 주면서

한 동네에 사는 아들의 야구부 선배 S를

태우게 되었다.

나는 평소에도 아이가 버릇없이 말하는 것을

참기 힘들어 하지만 야구부의 다른 멤버가 있을 때

아들이 그렇게 하는 건

더 참기 힘들어하는 편이었다.


어느 날 아침 차 안에서

유난히 까칠하고 버릇없게 말하는 아들에게

화가 나서 S가 동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들에게 분노를 드러내었다.

-야 임마, 삼진이면 아웃인 거 알지?

너 버릇없게 말하는 거 세 번 걸리면

도시고속도로에 내려놓고 갈 거야.


당연히 겁만 줄 생각이었지만

내가 한번 입에 담은 말은 반드시 실행한다는 걸

몇 번의 뼈저린 경험으로 알고 있는 아들은

눈으로 레이저를 쏘아 보낼 뿐

더 이상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이른바 <도시고속도로 강제하차 협박사건>이었고

아직은 아직 엄마의 으름장이 통한다는 것이

귀엽기도 하고, 중학교 2학년인데도

은근히 순진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며

흡족한 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감독님께서

-어머니, 애를 도시고속도로에 내려놓고

가셨다면서요?

하시는 것이 아닌가?


오 마이 갓!

동승한 아이의 선배 녀석이

누군가에게 얘기해서 소문이 났는데

얘기가 잘못 전달되어

나는 화가 나서 아이를 도시고속도로에

내려놓고 가버린 비정한 엄마가 되어 있었다.

-아닙니다, 감독님.

내려놓고 가 버린다고 협박만 했습니다


-협박을 왜 하십니까?

그런 것도 하지 마세요.

정말 잘못하는 게 있을 때 야단은 제가 칠 테니까

집에서는 무조건 마음 편하게 해 주세요.

어머니는 사랑만 주세요.


듣는 순간 나는

그 말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직감했다.

못 말리는 개구쟁이 아들을 키우면서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배려 깊은 말이었으니까.




초절정 슈퍼울트라 캡짱 개구쟁이인

이 녀석을 키우면서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의

모든 담임 선생님들과 태권도 사범을 포함한

모든 학원 선생님들께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일관되게 들은 말은, 이 아이 하나를 가르치는 것이

다른 아이 열 명보다 힘들다거나

집에서도 야단을 치거나 수시로 주의를 주라는

말의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워낙 장난이 심한 아들에 대한 민원(?)에

익숙한 나는 대상이 선생님이든 학부모이든

누군가 불편을 호소하면 무조건 사과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벌을 세우거나 혼을 내곤 했었다.

주변에 폐를 끼치는 것 진심으로 죄송했기에

아들을 엄하게 다스리면서도,

그렇게 양육해야 하는 내 현실과

그런 개구쟁이 기질을 가진 아이의

성장과정을 가슴 아파했었다.


그런 내가 아이를 키우는 15년 동안

처음 들어본 따뜻하고 사려 깊은 말에

감격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가끔씩 보석 같은 사람들도 만나고,

잊을 수 없는 따뜻한 순간들도 경험한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이런저런 고단함 속에서도

잠시 마음을 쉬어가기도 한다.




어머니는 사랑만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P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