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중학교 야구부 시절에
훈련을 마칠 시간이면 훈련을 하는 야구장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부모님들의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다.
사정이 있어 부모님이 못 오시는 아이들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분들이 함께 나누어 태웠다.
어느 날 아들을 태우고 출발하려는데
부모님이 늘 오시지 않아 다른 차에 동승하는
아이가 눈물을 훔치며 혼자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큰소리로 불러 차에 태우고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동승하던 차의 친구랑 장난이 심해져서
몇 번 다투기도 했는데, 그 친구의 아버님이
화가 많이 나셔서 자신과 함께 놀지도 말고
자기를 그 집 차에 태우지도 말라며,
며칠 전에 자기 아들에게 전화로 고함지르는 것을
옆에서 우연히 듣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마치고 나서 여느 때처럼
차를 타러 갔더니 그 친구가 직접 지금부터는
더 이상 우리 차에 탈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버스를 타려고 가는 중인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집안에 사연이 많은 친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 S야, 아줌마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우리 야구부에 너를 예뻐하고
응원하시는 부모님들 엄청 많아.
그러니 너무 섭섭해하지 마.
네가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듯이
모든 사람이 너를 사랑할 수는 없어.
그럴 필요도 없고 그걸 기대할 필요도 없고.
그리고 그 친구 놈은 며칠 지나면 자기가 심심해서
장난 걸어 올 테니까 그때 다시 화해하고,
몸으로 심하게 장난치다가 다치면
훈련하는데 지장 생기니까 서로 조심하고.”
S가 진정되고 눈물을 그쳤다.
아이가 눈물을 그치니 한 번 웃게 해 주고 싶었다.
“아줌마가 우리 야구부에서
싸움도 얼굴도 짱인 거 알지?
나는 무조건 네 편이야.
짱 먹은 사람이 무조건 네 편인데 머가 서러워?
이제는 그딴 걸로 울지 말고 잊어버려.”
다음 순간 녀석이 씩 웃어 보였다.
웃으면 무언가로 꽉 찬 마음에 공간이 생긴다.
슬픔이나 서러움으로 존재가 출렁일 때
딱 한 사람만 무조건 내 편이라고 해주면
인간은
그 눈물겨운 순간에 마음을 쉬어갈 수 있다.
이후에 S는 형편이 어려워 야구를 그만두었다.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아들과 함께
새벽까지 온몸으로 장난을 치며
밥을 두 그릇씩 먹던 모습이 한 번씩 생각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자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그 녀석은 모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