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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자유인
May 25. 2024
참 다행이다
군대에서 복무 중인 아들이 다쳤다는 연락을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다면 의식이 없거나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연락을 하면 최악의 경우는 아니지만 부모는
간이 철렁 내려앉는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특수부대 수색팀의 전역을 한 달 앞두고
마지막 특수훈련에 참가하며 열흘동안
연락이 되지 않을 거라며 아들이 인사를 했는데
5일 만에
본인이
아버지에게 연락을 해서 다쳤다고 했다
내용은
숲에서 먹고 자고 하던 훈련의 5일 차에
새벽 3시쯤 길이 없는 숲에서 수색 훈련을 하다가
급경사면에서 고정되지 않은 돌을 밟고
구르기를 반복하며 추락했다고 한다
다행히
마지막 착지의 충격을 엉덩이 쪽에 받아서
중상을 피해 갔고
구르는 도중에 돌과 통나무에
왼쪽 무릎의 관절과 왼쪽 고환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치명적인
중상이 아님을 확인하고 나서
현장의 지휘관과 보고를 받은 분들이
기적 같은 일이라며 하늘이 도왔다고 했다고 한다
그다음의 순서는
당장에 감당해야 할 통증을 줄여줄
주사와 약물을 투약하면서
관절과 고환의
손상정도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 단계에서 본인이 아버지에게 연락을 하고
내가 놀라지 않도록 남편이 최대한 조심스럽게
나에게 알렸다
내가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갑자기 시간이 정지되는 느낌이 들었다
부대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아
들이 부모가 있는
부산으로 이동해서 통증관리를 하면서
정밀검사를 받기를 원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왕복 10시간이 넘는 이동시
간 때문에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했다
남편이 의사인 친구와 소통해서
병원들을 타진했지만 실패했다
부산의 119에 연락해서
병원들을 안내받아 타진했지만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계신 분께
연락을 드려서 다른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입원을
수락하는 병원을 찾는데
실패했다
물 한잔을 마시고 생각을 정리해서
아들에게
군부대가 있는 지역의 119에
연락을 해서
정밀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안내받고
진통제
투약도 하면서
우선은 통증의 강도가 심한
비뇨기과부터
가고
그다음에는 정형외과를 가도록 조언했고
아들은 조언한 대로 진행했다
몇 시간 뒤에 검사 결과
고환 파열이 아니라서 입원을 하지 않고
부대에서 통원이 가능하고 불임의 위험도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심한
통증과 함께 불임에 대한
두려움도
느꼈을
아들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져 있었다
얼마
후에 아들이 보험사에 청구한 실비보험 청구에 대한 안내문자가
뜨는
것을 보고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다음 주 초에 다시
정형외과
에 가서
무릎의 손상정도를 볼 수 있는
MRI를 찍을 예정이다
당장은
통증과
절룩거림이 있지만
아이가 무사한 것만으로
그냥 모든 것이 감사했다
훈련을 떠나기 전날 밤에
얼마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께
안전하게 다녀오도록 도와주실 것을
기도했다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유난히 우리 아들을 사랑해 주셨던
엄마께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욕실 청소도 하고 헬스장도 다녀왔다
푹 자고 일찍 일어나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고록을 묵상하고
요즘 즐겨 듣는
클라라 주미 강이 연주하는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들으며
느리게
운전해서 도착한
사찰을 산책하는데
물소리와
새소리가
유난히 더
아름
답게 느껴졌다
참 다행이고
모든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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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경하고 관찰한 여정을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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