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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Jun 13. 2024

생불께 올린 공양

왜 그런 장면들이

계속 내 눈에는 선명하게 보이는지

그리고

나는 왜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지 알지 못한다




며칠 전

좋아하는 강의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먹통이 되었다

가까운 서비스센터가 없어져서

다른 동네까지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야 하는데

폰이 먹통이위치의 정보검색을 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

진료를  간호사님에게 정보검색을 부탁해서 조금 먼 곳의 서비스 센터를 찾아갔다

디스플레이 손상이라 교체하고

거금 22만 원을 결제했다

허리를 다쳐서 통증이 심한 상태였으므로

운전을 포기하고 안전하게 전철을 이용했다

귀가하는 길에

배가 고파 햄버거를 먹고

잠시 소화도 시킬겸

가벼운 산책이나 할까 하여

아주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깔끔하고 작은 국수집 앞에서

손수레도 없이

약간의 폐지를 쌓아놓고 앉아있던 할머니가

자꾸만 창으로 가게 안을

반복해서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때가 끼어 얼룩진 손과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너무도 남루한 옷차림이었고

몹시 더운 날

배고프고 목마르고 지친 모습이

여과 없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옆으로 다가가서

-할머니 저랑 국수 한 그릇 하실래요?

하고 말을 걸었다

조금 얼떨떨한 표정이었지만

할머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할머니 손을 잡고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가

드시고 싶은 메뉴를 여쭈어보니

콩국수를 선택하셨다


더울 때는 시원한 콩국수가 역시 최고다!!

나도 햄버거 먹지 말고 콩국수를 먹을 걸 하고

약간의 후회를 하며 이미 배가 부른 상태라

하나만 주문하고 계산을 했다

시원하고 뽀얀 콩국수를 할머니 앞에 놓아드리고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겠다고

맛있게 드시라고 인사를 드리고 가게를 나섰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 보내드리던 소소한 용돈을

엄마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좋은 일에 쓰고 싶어서

용도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늘 답을 찾았다

밥 한 끼가 소중하고 절실한 분들을

인연을 따라 챙겨보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 생각이 났다


막막하고 절실해서 찾아오는

모든 이를 품었던 그 분이

천국에서 행복하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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