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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어느 멋진 날에

by 자유인

양가 가족의 써포트도 끝났고

아이도 다 키웠고

조용한 개구쟁이인 남편의 뒷바라지도 마무리했다

법을 배운 조폭마누라만 할 수 있는

거칠고 길고 어지러운 뒷바라지였다

나에게는 별로 건강하지 않은 몸과 마음이

녹슨 전리품처럼 남았다

이 상태로 오래 살까 봐 가끔 걱정된다


아들과 백두산 여행을 다녀온 남편이

동행한 여행자들이 너무 부러워했다며

아들을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 했다

어느새

그들은 서로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고

남편은 최근 아들을 보며 자주 감격스러워한다

우리가 아이에게 남겨줄 것이 없는

평범한 부모여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라도

소중한 유산으로 물려주고자

똥물도 흙탕물도 내가 다 뒤집어쓰는 선택을

긴 세월 동안 일관성 있게 실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아들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이순신 장군이 아니라 아버지를 꼽는다

물론

남편이 평균보다 좋은 인격이기는 하다

그러나

내가 그를 편안하게 해주는 스타일은 아니니

나는 지혜로운 악처인 셈이다


첫 결혼은

이쁜 여자랑 살아봤으니

사는 게 그닥 즐겁지 않은

터프하고 어리버리한 이쁜이가 가고 나면

두 번째는

부자인 여자랑도 살아보라고

남편에게 한 번씩 농담을 한다

그의 유머가 많이 늘어 대답이 유창하다

처음에는

이쁘다고 우기는 무서운 여자랑 살아봤으니

다음에는

진짜 이쁜 여자랑 살아보겠다고 한다

조금 밉상인데 은근히 귀엽기도 하다^^


아파트 전기공사로 정전이라

바닷가 나들이를 했다

요즘은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


오늘 하루 행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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