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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Jul 28. 2024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고교시절부터 우울증을 반복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우울증이 심한 시기에

분노조절에 실패하면 자살충동도 느꼈다

고통에서 벗어날

희망이 없어져 버린 것이 가끔 정신줄을 놓게 했다

우리 세대가 경험하기 힘든

유별난 시집살이를 겪어야 했고

또래에게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할 만한

비인간적인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


생후 백일의 대수술을 시작으로

계속 아픈 아들을 지키기 위해

이혼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고

그냥 바보처럼 참고 견디고 버티었다

그러다 분노조절이 힘든 사람이 되고

그 혐오감에 자괴감이 들면

심한 자살충동을 느꼈다

하나뿐인 아픈 자식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살아내기 위해

지독하게 버틴 길고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내게 준 상처를

소박한 내 형편 안에서 검소하게 살면서

돈쭐을 내는 것으로 되돌려주면서

원수를 은혜로 갚았다

내 세대에서

모든 원한의 고리를 끊어내고 싶었고

아픈 자식을 위한 최고의 기도라고 믿었다


그러다 갱년기가 되니 가끔 괴물이 되는

나를 보게 되고 자괴감에 다시 자살충동도 느낀다


내가

넘어지는 포인트는 

남편이 모든 것을 묵인했다는 것과

남을 너무 믿어 사기를 반복해서 당한 것이다

내가 오십이 되던 해에 쓰러지고 심정지까지 오자

그제서

남편은 자기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가 헌신만 하다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쇠 같은 고집과 융통성 없는 성격이 빚은 참극이었다


어느 날

고교동창과 통화를 하다가

나의 자살충동증을 솔직하게 언급했다




친구야

나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너의 모든 것이 멋있고 부러워

네가 소중하게 가꾸어 온

내면을 포함해서...

그리고

나에게도 너 같은 친구가 있다는 걸

얼마나 많이 자랑하고 다니는지 몰라

네가 어떤 존재인지 알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가 너무 순하다고 너는 나를 늘 칭찬하지만

나도 입에 거품 물고

이혼하자고 패악을 부릴 때가 있어

그러니 완벽하게 좋은 사람이어야 된다는 걸

조금 내려놓아봐

너는

충분히 애썼고 너무 좋은 인생이고

륭하고 아까운 사람이야

친구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야




애통한 눈물을 감추고 이야기를 시작해서

서로 다정하게 웃으면서 전화를 었다

그녀 덕분에

생각도 정리하고 마음도 잠시 쉬어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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