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차이

by 자유인

7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엄마는

40대 중반을 진즉에 훌쩍 넘긴 딸이

뭐가 그리 반가운지

동네의 거리나 아파트 단지에서 만나면

정말 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 댄다.

주변을 지나는 모두가 돌아본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하는 듯

내 이름을 반복해서 불러대는 쩌렁쩌렁한

그 목소리를 들으면 언제나 부끄럽다.

늘 보는 가족이고 내가 꼬맹이도 아닌데

그냥 살짝 웃고 도란도란 얘기하는 게 왜 안될까.

엄마가 무안하고 서운하실 까 봐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은 못 했지만

매번 대략 난감했다.

나는 엄마처럼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한 적도 있다.


어느 여름방학에 아들이

오전에 수영을 간다고 나서는 길에

나는 산책을 가기 위해 함께 나섰다.

수영장의 셔틀버스 시간이 촉박하다며

서둘러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버스 타는 모습이나 보려고

아파트 산책로 옆의 펜스로 다가가

도로 쪽을 보았다.


펜스 아래쪽으로 줄지어

셔틀버스를 타려는 사람들 속에서

이제는 아빠보다 더 커버린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에 헤어졌는데 머가 그리 반가웠던지

나도 모르게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아들은 쳐다보지 않았다.

더 크게 불렀다.

안 들리는 건가?

더 크게 불렀다.

다음 순간 녀석이 내 쪽을 쓱 한번 쳐다보더니

웃지도 않고 손을 들지도 않고

썩은 얼굴로 버스를 타고 가버렸다.


아차 싶은 순간

아들이 쪽 팔리니 그런 거 쫌 하지 말라고

가족 단 톡방에 카톡을 올렸다.

서로 싫어하는 거 하지 말고 즐겁게 살자고

서방님이 댓글을 달아 주었다.


우리 엄마 생각이 나면서

섭섭함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엄마한테 부끄러우니까 그러지 말라고

말 안 하길 잘했다.

이제는 엄마가 길에서 내 이름 크게 부르면

활짝 웃어주고 손도 크게 흔들어 줘야겠다고

생각을 고쳐 먹어 본다.


자식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그토록 소중하고

반가운 존재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