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나의 종교가 무엇인지 묻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로 요약해줄 말을 찾기가 어려웠다.
중학교 때 친구를 따라
개신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신을 하나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몇 년 뒤에 천주교로 개종했는데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감동을 받은 때라 여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프란체스카라고 세례명을 정했다.
보통은 자신의 생일 달에
축일이 있는 성자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세례명 정한 것을 두고
지인들의 놀림을 받기도 했다.
결혼을 하고 나니 시어머니께서
발음도 어렵고
이름이 길어서 부르기가 불편하시다고
헬레나로 세례명을 개명해 주었으면 하셔서
성당에 부탁하여 개명 절차를 밟았다.
이후에 긴 세월을 두고 읽은 책들과
개인적인 경험과 인연들의 영향으로
불교의 윤회와 환생을 믿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에 하나님으로 부르던 나의 신은
천주교 식의 하느님이 되었고,
세례명은 헬레나가 되었으며,
이제는 세상의 창조와 종말을 얘기하는
성경의 가르침 대신 육신의 껍데기를 갈아입는
불멸의 영혼을 믿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종교가 없는 무교도 아니고
딱히 어느 한 종교에 완벽하게 해당되는 것도
아닌 입장이 되었다.
그러던 중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라는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파이라는 소년이 바다에서 조난되었다가
227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인데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영상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 영화에서 파이가 자신의 종교에 대해
이슬람교를 믿는 천주 힌두교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나는 그 표현을 자막으로 읽으며
묘한 설렘을 느꼈다.
내 경우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 떠오르며
내 종교를 무엇이라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의 종교를 설명할 때
아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윤회를 믿고
신을 하느님이라 부르는 <천주 불교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