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스승

by 자유인

이웃에 멋쟁이 할아버지가 계신다.

사람들이 교장 선생님이라고 부르기에 교직에 계시다가 퇴임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삼국유사’ 스터디를 함께 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그 당시에 사정이 있어 스터디가 있는 시간에 짬을 내기가 힘들어 아쉽지만 거절하였다.


하지만 오고 가다 잠시 마주쳐도 어떤 주제나 화두로도 즐거운 대화가 가능한 유쾌한 분이셨다.

70대의 그 할아버지께서 90대의 노모를 모시고 한 번씩 산책하는 것을 보게 된다. 산책에 동행하시는 할아버지 얼굴의 잔잔한 미소 속에서 어머니에 존경과 정성이 따뜻하게 묻어 난다.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할아버지와 우연히 만나 함께 걸으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몇 해전에 내게 권하신 삼국유사 스터디를 아직도 하고 계신지 여쭈어 보니 인원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 꾸준히 유지하고 계신다 하셨다.


그 책을 교과서로 정하게 된 계기를 물으니 본인의 전공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퇴직 후에 새로운 경험과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어 박물관 수업을 결석 없이 듣고서 상으로 받은 책이라 하셨다.

부산에서 경주에 있는 박물관까지 한동안 꾸준히 다니셨고, 배운 것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마음 맞는 지인들과 스터디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스터디를 하는 도중에 건강이 나빠져 요양병원으로 들어가거나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하시며, 자신은 운이 좋아 건강이 따라주니 아직도 책을 읽을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100세를 바라보는 어머니와 산책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오랫동안 살아오신 이 동네에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하시며, 그들이 어리고 자신이 젊어서 학교에서 가르치던 시절에는 사람이 어떻게 살고 부모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입으로 가르쳤지만, 이제는 함께 늙어가며 본인의 삶과 생활로 직접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는 몇몇 누군가의 선생님이 아니라, 모든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스승이었고 참으로 큰 어른이셨다.

그런 분을 이웃으로 만나 소중한 영감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머리로 배우고 가슴으로 깨달은 것을 삶으로 가져와 살아내는 분들이 진정한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