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우정

by 자유인

고등어 한 상자가 배달되어 왔다.

아이스 박스를 열어보니

한 마리씩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진공 포장이 되어 있다.

나는 주문한 기억이 없어 남편에게 물어보니

자기 친구인 S가 보낸 것이라고 대답했다.


보낸 이의 이름을 들으니 찡하니 가슴이 아려 온다.

그는 남편의 고교 동창인데 2003년에 작업장의

감전 사고로 두 팔과 한쪽 다리를 잃는 큰 불행을

겪었다.

이후로 그의 어머니께서 수족처럼 따라다니며

보살펴 주셔서 겨우 견디어 왔는데 최근에 어머니께서 치매가 심해져서 근심이 크다고 했다.


긴 세월 동안 남편이 S를 한 번씩 부축하고

나가서 바람도 쏘일 겸 술도 한 잔씩 하고,

노래 부르는 걸 유난히 좋아하는 그를 위해

노래방도 함께 가곤 했다.

감사하게도 그런 날은

마음씨 좋은 친구 K도 늘 동행해 주었다.


그런 남편이 고마웠는지 S가 사과도 보내주고,

야구하는 우리 아이의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는 새 글러브 사주라고 얼마간의 돈도 보내주더니,

이번에는 고등어 한 상자를 보내온 것이다.


우리 부부의 연애 시절에

데이트에 끼고 싶어 했던 S,

우리 신혼집에 자주 놀러 오고 싶어 했던 S,

우리 아이 돌잔치에서

돌잡이 지폐를 올려놓으며 환하게 웃던 S,

우리 가족을 위한 깜짝 선물로

고등어를 주문하고 흐뭇해했을 S.


그가 지나온 인고의 시간의 무게를

감히 다 알지는 못한다.

그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더 자주 그를 찾아볼 수 있도록

남편을 다독여 주는 것뿐이다.


주말 특식으로

매콤한 고등어조림 한상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고난 속에서도

긴 시간을 꿋꿋하게 버티어 온 S와

그의 가족들에게 응원의 기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