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박물관 나들이♡

주차하고 출입구 쪽으로 와

나는 화장실에 들렀다가 그 앞에 서 있을게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나는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가

경주 국립박물관의 매표소에서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을 확인하고

입구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는 오랫동안 오지 않았다

20분쯤 지나서 전화를 하니

전기충전기가 있는 쪽에 주차를 했으며

충전기의 케이블을 연결했으나

충전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져서

흡연을 의심했고

그는 냄새까지 확인시켜 주며 억울해했다

추운 데서 오들오들 떨면서 서서 기다리다가

30분 만에 만나서 마음이 상해버린 나는

미리 충전을 해두지 않은 것을 원망하며

그에게 각자 편히 관람하고

나중에 연락해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갑자기 혼자 있고 싶었다

<역사관>을 휘리릭 감흥 없이 한 바퀴 돌고 나가서

<월지관>을 관람했다

최첨단의 기술력을 총동원한 아름다운 공간에서

유물들을 보는 호사를 누렸다

다음의 전시관인 <신라 미술관>에서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경주 박물관의 슈퍼스타를 만났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약사불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 명상도 하고 부처님과 대화도 했다

저는 왜 화가 많습니까

가족의 업식을 온전히 극복하지 못했느니라

제가 어떻게 하면

분노조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꾸준히 극복하고자 하는

실천적 의지를 기뻐하거라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해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을 스스로 격려하거라

또한

같은 문제로 다시 실망할 때도

자기비난의 우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대신

진실하게 반성하고 다시 정진하도록 하거라

마지막으로

화가 올라오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그것에 반응하는 너 자신을 관찰하거라

그래도

집착과 무지는 부단히 극복해 왔느니라

애썼고 기특하도다

그 가족의 업식에서

너 같은 캐릭터가 나온 것은

거의 기적과 같은 일이었으니

용기를 내어 자기를 완성하거라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이동 중에 계단에서 우연히 남편을 다시 만나

서로 존대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눈 뒤에

손을 꼭 잡고

서로가 좋았던 곳을 함께 다시 가보고

감상 포인트도 나누었다

그리고

좋은 기분으로

다음 행선지인 플레이스 씨로 이동하였다

1층에서 솥밥으로 식사를 하고

아기자기한 정원을 산책하고

2층의 카페로 올라가

이쁜 트리와 장식들을 구경하고

커피를 마셨다

짧은 이별과 반가운 해후를 포함해서

소소하게 즐거운 하루였다

나는

언제쯤 내 마음에 드는 어른이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