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
나는 주식이나 투자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다. 그러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많은 사람 중 한 명이라, 예술 책만큼 경영 관련 책을 자주 읽는다. 그중에서도 경영자들의 정신을 담아둔 철학서를 좋아하는데, 오에 겐자부로가 <읽는 인간>에서 사람은 책으로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닌 작가의 정신을 읽어 내려가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지 방법론보다 나는 경영인들이 어떻게 돈을 바라보는지 더 궁금했다.
작년 8월 일본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돌아가셨다. 가즈오 회장은 <왜 일하는가>, <아메바 경영>, <나는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공했다>를 저술한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중 하나이다. 이 분의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으로 간직하는 문장은, 경영의 근본은 이타심이라는 것이다.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자본주의 세상에서 어떻게 경영의 본질이 남을 생각하는 이타인 지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돈은 타인으로부터 나로 흘러 움직인다. 그리고 나에게서 다시 또 타인으로 흘러간다.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철저하게 이타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구조를 지녔다. 남들이 어떤 점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배려의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돈은 흐르지 않는다.
가즈오 회장의 정신은 <부자의 그릇>을 쓴 이즈미 마사토와 결을 같이하는데, 그 책 안에서 돈은 신용이라 하였다. 돈은 사람을 향한 배려와 믿음이다. 직원을 사랑하고 손님을 사랑하고, 우리가 사는 이 자연을 사랑하는 이타적 행동 안에서 우리는 돈을 쓴다. 탐욕스러운 부르주아의 자산을 부풀리기 위해 선뜻 큰돈을 쓰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선 개인중심적인 사고가 아닌 세상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다는 의지와 행동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물질 소비가 아닌 가치 소비, 자랑스러운 소비, 의미 소비를 지향한다. 올바른 곳에 돈을 쓰는 것은 낭비가 아닌 투자와 기부로 느껴지기에 돈을 쓰고도 행복하다.
나는 지금 라스베이거스 호텔 21층에 혼자남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풍경 저 멀리엔 태초부터 자리 잡은 거대한 캐년들이 펼쳐져있다. 시야를 조금만 내리면 인간이 자연을 밀어내고 만든 온갖 사치스러운 호텔과 유흥업소, 카지노가 즐비하다. 어딜 가나 사람을 유혹하는 카지노는 사람이 지나는 길을 가로막아 불편하게 만들고, 174 x 28층, 4872개의 객실이 있는 닭장 같은 호텔 안에선 타인을 위한 디테일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건물들은 미로처럼 꼬여서 한 번 들어오면 쉽게 빠져나갈 수가 없고 인플레이션으로 노숙인이 된 사람들과 경찰관들의 신경전은 한창이며, 옆에선 누드쇼가 펼쳐진다. 영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속 니콜라스 케이지처럼 다들 만취 상태이다. 이제는 모두 잊은 것 같다. 돈에 지배되어 술에 취한 건지, 술에 취해서 돈에 지배된 것인지. 서둘러 라스베이거스를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