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준 딸기잼에 곰팡이가 폈다. 엄마한테 잼을 받고 3개월이 넘었을까. 처음으로 빵을 먹다가 엄마 잼이 생각나서 열어봤다. 끈적거리는 설탕이 뚜껑에 꼭 달라붙어서 여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드디어 엄마 잼을 먹는 때다 하고 열었는데 푸르고 흰 곰팡이가 ‘넌 이제야 내 생각이 났니?’하는 듯이 나를 맞이했다.
부모님 집을 나와 살면서 엄마는 계속 나에게 뭔가를 챙겨주지 못해 안절부절이다. 더 주겠다는 엄마와 요리 잘 안 해 먹으니 주지 말라며 실랑이를 하다가 “나 그냥 가요”하면서 쿨하게 사라지는 건 결국 나다.
엄마는 비가 오면 딸기가 싸진다고 혼자 장바구니를 끌고 비 내리는 시장에서 딸기들을 사왔다.
“에고 이걸 또 언제 만들었대?”하면
“금방 만들었어”하면서 별 거 아닌 일처럼 말하는 엄마.
“2병은 언니랑 손주들, 1병은 너랑 영채, 1병은 우리가 먹을 거야. 모자라면 엄마, 아빠 거 더 들고 가도 돼.”
“우린 잼 잘 안 먹어, 1병이면 돼요.” 딸기잼을 위아래 시큰둥하게 바라본다.
엄마가 준 음식들은 참 많이도 우리 집에서 버려졌다.
소고기뭇국, 멸치볶음, 우엉무침, 시금치나물, 한우 미역국, 도가니탕… 이것저것 나 혼자는 절대 안 해먹을 건강하고 손 많이 가는 음식들.
그릇 경계선에 간당간당하게 꽉 채워진 그 음식들을 버릴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지만, 싱크대에 쏟고 물로 씻어내면 냉장고에 썩은 음식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깨끗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으며 열어본 딸기잼이 곰팡이로 뒤덮였을 때
문득 엄마는 비 오는 날, 시장에서 딸기를 사고 돌아오면서 무슨 기분이었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