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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언가 Jul 18. 2023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진심'

현재를 살아가며 되짚어보는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무엇이 진실인가'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이게 진짜인가요?" 묻는 네오에게 "뭐가 진짜지? 진짜는 단순히 네 뇌에서 보내는 신호에 불과해."라고 심드렁하게 말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며 인간은 '진실'에 대한 고뇌가 깊어졌다. 매일 나오는 가짜 뉴스, AI를 이용하여 만드는 딥페이크뿐만 아니라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따온 커버송은 출처를 모르면 전혀 가짜인지 알 수가 없다.


보리스 엘다크젠이 출품한 사진 <전기공>. 사진 대회에서 수상했지만 상을 거부했다. 이 사진은 A.I가 만든 이미지였다.



다수는 진실의 기준을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라는 선형적인 시간 순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실의 계보를 따라 올라가면 그 시작은 다른 곳에서 차용했거나, 와전됐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물건을 팔 때, 가장 영향력이 없는 단어 중 하나로 꼽는 것이 '원조'다. '우리 가게가 제일 먼저 시작했어요.' 먹거리 길목에 가면 너도 나도 다 '원조'라는 간판을 걸고 장사를 한다. 과연 먼저 시작했다는 이유 하나로 진짜가 될까? 창작에서 100% 새로운 탄생은 없다. 재발견과 재편집이 있을 뿐이지. '유일'이라면 모를까 '원조'라는 말은 소비자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다. 먼저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사람은 판매자뿐이다.


진짜와 가짜의 혼동 속에서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해야 할까. 나는 진짜와 가짜 사이에 경계선을 지우고 '진심'을 본다. 진심眞心이란 단어는 거짓 없고 참된 마음이란 뜻이지만 의미를 확장하면 '전력(專力)을 쏟다'란 의미다. 거짓 없고 참된 마음은 타인이 정확히 알 길이 없으니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전력을 다 했는가이다.


 그대로 내가 무언가를 좋아해서  힘을  쏟았는가라는 질문이다. 따라서 전력은 결과보다 그가 밟아온 과정이 중요하다. 시간이 여야 진심은 이뤄진다. 오바라 가즈히로가   <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 말하듯 이제는 과정에서도 가치가 창출되는 시대이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진심으로 이뤄내는 과정을 목격할 , 응원하고 지지해 준다.



변호사로 일하는 모리타 타케오 씨는 미국제 앰프 외에 극장에서 쓰였던 1960년대 독일제 스피커, 금과 은을 사용한 일본제 케이블 외에도 다양한 고급 오디오 기기를 소유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단 1%로라도 더 좋은 음질을 들을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 사비를 털어 집 앞에 전봇대를 세웠다. 전력에 따라 음질이 달라질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바보라고 할 것이다. 누군가는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라고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전력을 쏟는 사람들이 난 이 세상에서 진짜라고 본다. 그들의 진심은 어떤 누구도 가짜라고 평가할 수 없다. 그가 이뤄낸 과정이 그를 진짜로 만들어 간다.


불닭볶음면 소스 개발자 연주연 씨는 소스 개발을 위해 1년 동안 1200마리의 닭과 2톤이 넘는 소스를 먹었다. 불닭볶음면을 이제껏 얼마나 먹어봤냐는 질문에 "셀 수가 없다. 아침 출근해서 저녁 퇴근까지 먹었다. 닭소리만 들어도 헛구역질을 했다."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지금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너무도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왜 그렇게 진지해?', '꼭 그렇게까지 해야 돼?'가 아니라 누군가의 '진심'을 응원해 주는 것이다. 진심은 진짜도 가짜도 무력화시키는 고귀한 힘이 있다.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그 과정을 꼭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 기록의 과정이 그의 진심의 증거가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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