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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언가 Jul 12. 2022

나는 원한다  나는 벗어나고 싶다

인력(引力)과 척력(斥力)

전기력과 자기력이 작용하는 두 물체 사이에는 서로 밀거나 당기는 힘이 작용하는데, 이것이 바로 인력(引力)과 척력(斥力)이다. 인력은 弓(활 궁) 자와 丨(뚫을 곤) 자가 합쳐져서 사람이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을 상형문자로 나타냈으며, 척력은 소전을 보면 广(집 엄) 자에 屰(거스를 역) 자가 결합한 모습이었기에 집에서 내쫓친 사람의 형태를 모방한다. 밀고 당기기. 비유하자면 인간의 본능도 두 가지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나는 원한다

나는 벗어나고 싶다


두 가지 힘은 모두 '사건'의 질료이다. 욕망은 집 안에 갇힌 코끼리처럼 몸짓을 키우며 창문을 깨트리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바로 사람의 성격이다. 흥미로우면서 무서운 일은 성격은 사건을 불러오고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을 야기시킨다는 점이다. 그 힘이 +일지 -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인생의 미스터리다. 원하지만 내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무언가, 벗어나고 싶지만 끌려다니며 쳇바퀴 도는 내 인생. 그 사이에서 대부분의 인간은 신경증 환자가 된다. 밤에는 조증으로 날뛰고 아침에는 울증으로 짓눌린다.


F = ma는 아름답다


우주의 시라고 불리는 F = ma 공식에서 사건의 답을 찾아본다. 지구에 사는 모든 물체는 제트기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주 일정한 속도로 우리는 항상 움직인다. 우주에서 물체가 방향과 속도를 바꾸는 방법은 딱 두 가지인데, 무언가에 충돌하거나 절단되는 것뿐이다.


'나'라는 행성이 있다고 쳐보자. 일정한 속도로 항성 주위를 뱅글뱅글 돌고 있다. 그런데 어디서 날아온 물체가 나를 향해 돌진하여 충돌한다. '나'는 일상의 궤도를 이탈했다. 이전에 살던 속도로는 더 이상 돌아가지 못한다. 나는 어디로 날아가는 걸까. 혹여나 다른 곳에 충돌해서 절단이 나버리는 건 아닐까.


두려움과 함께 어떤 희열이 올라온다. 지긋지긋한 궤도에서 벗어났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행위(act)에는 욕망이 담겨 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행위에 끝에 다 달아서 나는 깨닫게 된다. '죽음-해체'가 나를 평온하게 하리라는 것을. 나는 나를 죽여야 한다.


사랑과 죽음은 공존한다. 삶에 대한 충동과 이와 정반대로 파괴와 해체를 지향하는 죽음에 대한 충동이 존재한다. 삶과 사랑에 대한 충동 에너지가 에로스이고, 소멸과 죽음에 대한 충동 에너지가 타나토스이다. 사랑의 궁극은 죽음을 원한다니 묘하지 않은가. 밀려났다는 것은 당기는 힘을 요한다. 당긴다는 것은 무언가를 밀어내는 힘과도 같다.



원한다면 벗어나라!

벗어나고 싶다면 원해라!

수많은 파괴 끝에 새 삶을 창조하라.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복음서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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