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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언가 Jul 12. 2022

The Matrix와 一切唯心造


“자네가 이곳에 온 건 자네가 무언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야. 자넨 그걸 평생 느껴 왔어. 세상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이야. 자넨 그게 뭔지 몰라. 그러나 그것은 자네의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 자넬 미치게 만들지.”


'숟가락을 구부리지 말고, 오로지 진실만을 인식하라'라고 말하는 이 영화는 우리 외부의 분열뿐만 아니라 내부 깊은 곳까지 분열하여 파고든다. 1999년,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가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고 말했던 그 해에 <매트릭스>는 개봉했다. 


세상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 하지만 모두가 아무런 의견도 없이 ‘원래’ 그랬다고 침묵하는 세상. ‘돌연변이’ 취급을 받으면서도 나는 존재한다고 외치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든 울타리 뒤에서 질식하기를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인생. 주인공 네오에게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파문을 일으키는 모피어스의 질문. “진짜가 뭐야?”


매트릭스는 어디에든 존재한다. 내가 일하러 가는 직장에도 내가 마신 커피 속에도 내가 타는 지하철에도 내가 바라보는 광고판에도 tv에도 학교에도 매일 만지는 지폐 속에도. 내가 살아서 죽을 때까지 매트릭스라는 시스템 아래 나는 한순간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렇다면 매트릭스란 뭘까? 영화는 디스토피아 미래상을 그리고 있는 SF 영화로 볼 수도 있지만 SF가 리얼리즘이 되어가고 있는 현재를 살아가는 시점에서 이 영화를 단순히 장르 영화로 취급할 순 없을 것 같다.


영화 속엔 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를 관통하는 모든 철학적 사유가 상징으로 다 드러난다.  매트릭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1편은 아키텍트가 만든 매트릭스 안에서 실존을 찾아가는 네오의 여정이라면 2,3편은 운명론과 자유의지라는 관점에서 우리의 뒤통수를 친다.


매트릭스 속에서 많은 상징들 중에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을 하나 뽑자면, 네오의 서랍장에 꽂힌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이다. 현대 테크놀로지 발달로 인해 인간은 ‘호모 데우스’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신격화되었다. 근데 알고 보니 모든 게 뻥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하루아침에 한 마리의 거대한 해충이 되어버린 그레고리 잠자일지도 모른다.


온 지구의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을 이어주는 인터넷 세상. 세계 곳곳에 업로드된 게시물을 보며 자유롭게 사유한다고 믿지만 진짜 ‘나’는 조그만 방에 갇혀 손 한 뼘에 들어오는 핸드폰만 응시하며 고립되었다. 철저히 계산된 '우연'이라는 속임수 속에 자유의지와 선택이라는 착각을 하며, 좋아요 수가 내 인격이라고 믿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실과 모사의 무경계. “진짜가 도대체 뭐야?”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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