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

by 유리

# @hongjoostar_official dm 1

저..뭐라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드려야 할지...

일단 저는 그 때 그.. 저희 집으로 오시게 했던... 아 뭐라 해야 할까요.

여튼 거두절미하고 죄송합니다.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를 당연히 미친 싸이코 정도로 생각하셨겠죠... 네 당연하죠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아 그리고 저 그때 소주병으로 내리치신 거 그거는 이해합니다. 아 내리치신 게 아니고 던지신 거였나.. 아무튼요

그 마음 이해합니다. 안 궁금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살짝 가벼운 뇌진탕 증세 있었는데 빗맞아서요. 피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침대 쪽으로 던지셔서 병도 안 깨졌어요... 그러니까 많이 안 다쳤다는 이야기입니다. 혹시라도 제가 죽었나 마음 불편해하신 건 아닐까 해서요. 죄송합니다. 그날 어떻게 된 건지 제가 꼭 다 말씀드릴게요.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못 믿으시려나... 죄송합니다. 혹시 듣고 싶으시면 연락주세요. 그냥 잊고 싶으셔도 이해합니다.

# @hongjoostar_official dm 2

답장은 없으시네요.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가 서툴렀어요. 저도 엄마에게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까지는 깜빡 잊고 못 물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제 멋대로 시작해버렸던 점 죄송합니다. 너무나 스토커 같고 미친 사람 같은 것 이해합니다. 정말 너무 죄송하고 어쨌든 그날 일에 대해 꼭 설명드리고 싶어서요. 미친놈 같겠지만.... 사실 그날 이후로 저도 맘이 불편해 잠도 못 자고 있습니다.... 잘못은 네가 해놓고 네가 불편하든말든 무슨 상관이냐 싶으시겠지만.. 정말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답장 없으시면 제 dm 불편하신 걸로 알고 더 이상 보내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

#그 후 6개월 뒤 @hyejeonggggg dm 3

제가 많은 생각 후에 답장합니다. 긴말 필요없고 그날 뭡니까. 그리고 이딴 유령계정 같은 부계정으로 당신이 누군지 알 수도 없게 해놓고 죄송하다느니 뭐니 사과하는 거 어이없고 역겹습니다. 고소할까 싶었지만 제가 납치된 곳이 어디였는지, 당신이 누군지 알 수도 없으니 고소도 못 하겠더군요. 그날 뭔일 있던 겁니까

# @hongjoostar_official dm 4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꼭 사과드리고 싶어 연락창구를 생각하다 급하게 만든 계정이었습니다. 제가 꼭 설명드리겠습니다. 혹시 오늘 밤 10시쯤 댁에 계실까요? 제가 모시고 꼭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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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는 긴장됐다. 오늘 밤? 물론 스케줄은 없었다. 사실 요즘은 거의 놀고 있어서 스케줄이 없다시피 했다. 다시는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던 끔찍한 밤이었다. 그런데, 그날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알 수 없다. 집에서 분명 자고 있던 홍주가 어떻게 갑자기 혜정의 방에 가게 됐고, 옷장 안 좀 들여다본 것 뿐인데 어떻게 다시 집으로 돌아온 걸까. 옷장 안에 순간이동장치라도 숨어있나. 특히, 홍주는 그 날 이후로 쉽게 잠자리에 들 수조차 없었다. 잠을 자고 있다가 또 낯선 곳으로 가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바보 같은 말이지만, 홍주는 자신의 집에 순간이동할 수 있는 4차원 구멍이라도 뚫렸나 싶어 그날 이후로 온 집안을 샅샅이 헤집어 살펴보기도 했다. 찝찝한 마음에 무리해서 장만했던 이 집을 팔까까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의 진실을 알지 않고는 도저히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10시라...'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다섯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어떻게 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홍주의 속만 타들어갔다. 아!! 홍주는 작은 방으로 뛰어들어가 서랍 속을 뒤졌다. 예전, 경찰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상품으로 받았던 전기충격기가 분명 이 어딘가에 있었다. 어딨지..어딨지...찾았다!!

홍주는 전기충격기를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혹시나 그 미친 싸이코 스토커가 달려들기라도 하면 전기충격기로 기절시킬 요량이었다. 아, 기절시키고 그 방에서 탈출하려면 자물쇠랑 벽에 붙은 합판을 뜯어낼 수 있는 장도리도 필요했다. 장도리까지 챙겨넣고 홍주는 천천히 핸드폰 자판을 눌렀다. 누르면서도 내가 호랑이굴에 제발로 들어가는 건 아닐까, 미친 짓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어차피 요즘 상태로는 홍주 역시 불안해서 잠자기도, 일상생활도 불가능했다. 사지 멀쩡한 30대 남자가 고작 여자 하나 제압 못 하겠나 싶은 마음으로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누르던 홍주는 드디어 종이비행기 모양 버튼을 눌렀다. 메시지가 보내졌다.

@hyejeonggggg dm 5

10시에 뵙죠. 그날 일에 대해 전부 해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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