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는 혜정의 말을 듣고 혜정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평범해 보이는 30대 여성 같았다. 아닌가? 20대 후반? 솔직히 홍주는 혜정의 말을 들으니 이 옷장이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저 여자가 한물간 연예인 취급받던 홍주의 팬이라면 조금 고맙다는 마음도 들었다. 오랜만에 팬이라고 말해주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있으니 화났던 마음도 조금 누그러지는 듯 했다.
"그럼 나 집에는 어떻게 다시 돌아가요?"
"그냥 옷장에 다시 들어가시면 돼요"
"아 그래서 그날 옷장 안에 살펴보려고 잠깐 들어갔더니 집에 돌아간 거구나"
"아...네..그날은 정말 죄송했어요."
"뭐..네"
"..."
"편하네요 저거"
"뭐가요?"
"아니 옷장 말이에요. 심심하면 친구들 불러서 놀다가 집에 갈때쯤 되면 바로 친구집으로 보내주는 거 아니에요? 거 신기하네 이거"
"...그러겠네요"
"안해봤어요?"
"네...그날 처음 해봤어요"
"그럼 날 부른게 처음이에요?"
"네"
"아 그럼 이거로 또 뭐 할 수 있는 거예요?"
"네? 어떤..."
"아니 그러니까 이걸로 날 불러냈잖아요. 뭐 딴 거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뭐...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같아요. 저도 사실 잘 몰라서..."
"아.... 뭐...그건 그렇고 이거 어디서 산 거예요? 중국 같은 데서 직구한 건가...중국에는 없는 게 없잖아요"
"아 원래 엄마 거예요"
"어머님은 어디서 사셨대요?"
"몰라요. 그런건"
"그럼 어머님은 이 신기한 걸 왜 안 쓰신대요? 어머님한테 이거로 뭐 할 수 있는지 한번 물어봐요."
"...죽었어요 울 엄마. 얼마 전에"
"아....죄..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죄송하죠."
홍주는 괜히 민망해져 방안을 둘러보았다.
"아..근데 이거 왜 그런거예요?"
"뭐가요?"
"아니...창문에 합판 박아놓은 거랑 저기 방문 앞에 쇠창살 덧문이랑...솔직히 그것도 그건데 저 무식하게 큰 자물쇠는 뭐예요 대체?"
"아..."
"못 도망가게 하려고요?"
"뭐..그렇죠. 여기가 어딘지도 알리고 싶지 않고.."
"와...진짜 여간 사이코가 아니시네요"
"....죄송합니다"
"아..뭐 그냥 농담이에요 농담. 아니다 솔직히 진심이에요. 이런 집은 처음 봐서"
"...네"
"여튼 사과 잘 받았고, 설명도 잘 들었어요. 난 이제 갈게요"
"네 그러세요. 죄송했습니다"
홍주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즐거웠고, 혜정이라는 사람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홍주는 이제 어느정도 호기심도 풀렸으니, 두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홍주 집에 이상한 4차원 구멍이 있다든가 이런건 아니었다.
물론, 그것보다 더 믿기 어려운 순간이동 옷장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아! 그리고요"
"네"
"나 자고 있는데 그렇게 아무때나 불러내지 마세요. 깜짝 놀라잖아요."
"네. 정말 죄송해요"
"그럼...가볼게요"
"네..죄송했어요."
"아 맞다...그런데 저기...이렇게 움직이면, 방에서 방으로 움직인 거니까 바깥 CCTV나 사람들 눈에도 안 띄게 움직일 수 있는 거죠?"
"네 그렇죠"
"...저 그럼.....있잖아요...그러니까 만약에 정 나랑 또 보고 싶잖아요? 그럼 오늘처럼 dm으로 약속 정해서 만나요"
"네?"
"아니...나도 솔직히 연예인이기 전에 사람인데 가끔 고삐 풀린 듯이 술도 먹고, 수다 떨고 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만 실수해도 도처에서 사람들이 폰으로 찍어서 sns에 올려대고 하니 그럴 수가 있어야지. 피차 그쪽도 이 옷장 때문에 내가 여기에 온 거 못 밝힐 거 아니에요?"
"...뭐 아무래도 그렇죠."
"그러니까 가끔 나 여기 와서 술 먹고 그...그...혜정 씨랑 수다 떨고 이래도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에요? 내가 여기 왔다간 거"
"아무도 모르죠"
"뭐 혜정 씨도 이 옷장으로 다른 사람 불러내 봤자, 나처럼 통크게 이해해주는 사람 만나기 쉽지는 않을 거예요. 솔직히 이게 어디 보통 일이어야지."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하네요.."
"그러니까...우리 이 옷장으로 종종 만나서 서로 스트레스도 풀고 그러자고요. 솔직히 혜정 씨 또라이 같긴 한데...나도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에서 나름 잔뼈 굵은 놈이라 만만치 않은 또라이 기질이 있거든..."
"그래요. 저도 애초에 홍주님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부른 거 맞으니까요"
"그럽시다. 그럼. 오늘은 이제 진짜 이만 가볼게요. 담에는 방에 술 좀 가져다놔요."
"네. 가세요"
그렇게 이상한 대화를 끝내고 홍주는 옷장으로 들어갔다. 눈 떠보니 홍주의 집이었다. 아직 풀리지 않은 궁금증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자극에 홍주는 두근거렸다.
'생각보다 재미있네. 앞으로 재밌어지겠는걸"
홍주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