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에 인생네컷이 올라왔다, 나만 빼고

by 유리

그런 친구가 있다. 어디에 있든 사람들에게 인기 많은 사람.

돈도 돈이 있는 곳에 더 모이는 것처럼, 인기도 인기가 있는 곳에 모이기 마련이다. 인기가 있는 친구는 보통 그 분위기를 타고 계속 인기가 있다. 자고로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을 줄 아는 법이다.

문제는 내가 바로 그 ‘인기 있는 사람’이 아니란 거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집에서 애 키우고 남편 퇴근을 기다리며 집안일 하는 보통의 주부인 나는, 극내향형이다. 게다가 매사 ‘저 사람이 나를? 나한테 관심을?‘이라 생각한다. 쓰다 보니 인기가 있는 게 더 이상할 것 같다. 자꾸 ’다른 지역으로 이주‘라는 어구를 달고 있는데, 이것도 솔직히 말하자면 핑계다. 이 지역으로 온 지도 몇 년이 지났으니까. 진작, 친한 친구를 사귀려면 사귈 수 있던 시간이다. 쿨하게 그냥 난 인기가 없다. 나이가 들수록 더 인간관계에 서툴러지고, 잘 다가가지도 못 하는 것 같다.

이런 나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 없을까봐, 내 연락이 안 반가울 까봐 말도 못 꺼내겠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더냐. ‘인기‘라는 고기를 애초에 제대로 구경도 못 해본 나한텐 너무 어려운 일이다.

나에게는 친구 모임이 딱 하나 남아 있다. 카카오톡이 생기고,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우후죽순처럼 내 카톡창에도 이런 저런 단톡방이 생겼었다. 지금은 뭐…거의 다 유령방이 되었고, 희미하게나마 간간이 이어지고 있는 톡방이 하나 있는데 그게 내게 남은 단 하나의 친구 모임이다.

한 번은 그 톡방에 친구들의 인생네컷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친구들은 웃고 있었다. 나만 빼고.

<오늘 재미있었다>

<야, 자주들 보자. 오늘 진짜 개꿀잼>

<사진 너무 예쁨! 아줌마들이 인생네컷 찍느라 고생한 보람 있네!>

사진이 올라온 후, 톡방에는 대화가 줄을 이었다. 난 멍하니 그걸 볼 수밖에 없었다.

‘…뭐지?’

단톡방이 있지만, 그 안의 모두가 다 똑같이 친한 건 아니다. 게다가 난 이제 그들과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지도 않다. 그러니까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마침 나 빼고 다 됐나 보지…) 만났을 수 있다. 머리로는 충분히 아는데…그럼에도 나 모르게 만나, 시간을 공유하고 그 증거로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던 그 때, 나는 울컥하고 서글퍼졌다. 난 점점 그들의 삶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내가 멀리 살아서 못 가니까 자기들끼리만 있는 방에서 말하고 이 방에서 말 안 했나 보지.‘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왜? 왜 굳이 나도 있는 이 방에 단체 사진을? 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오랫동안 얼굴 못 봤으니까 나한테 얼굴이라도 보여주려고 일부러 나도 있는 톡방에 단체 사진을 올렸나 보지. 그래, 내가 먼저 얘네한테 연락하는 일도 거의 없었잖아. 나도 잘 한 거 없어‘

하지만 머릿속으로 하고 있는 생각과는 달리 내 손가락은 부들부들 떨렸다. 사진이 예쁘게 잘 나왔다느니 이런 ‘여자어’ 따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난 채팅창을 노려보다가 말없이 카카오톡을 껐다. 그 날 난 밤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남은 단톡방 하나 이거를 나가 말아 하고.

그 후, 소심하지만….난 그 방에서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 누가 말을 시작하면 추임새 정도를 할 뿐이다. 그게 제일 안전하니까. 또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그게 나의 손가락을 자꾸 멈추게 한다.

내가 말을 꺼냈을 때 이야기가 끝나버리고 정적이 생길까 하는 두려움도 엄습한다. 톡방에 아무런 대화창도 올라오지 않는 그 민망함을 난 잘 견디지 못 할 것 같다. 같은 이유로, 그래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연락을 먼저 잘 못 하는 것 같다. 내가 대화를 걸었는데, 되돌아오지 않는 그 적막감…그게 난 상상만으로도 사무치게 싫다.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반 외톨이’ 상태가 된 나는 오늘도 유튜브 검색창에 검색어를 써넣고 있다.

‘친구 없는 사람‘

‘나 빼고 친구들끼리 만난 걸 알게 됐을 때‘

‘연락 먼저 못 하는 사람‘

옆에서 내가 보는 유튜브 내용을 듣고 있던 남편이 한소리 한다.

“사춘기 소녀네 아직!! 여자들은 이렇게 복잡한 거야, 아니면 당신이 생각이 너무 많은 거야? 할 일 없으면 그냥 발 닦고 잠이나 자 쓸데없는 거 보지 말고.”

방구석 심리학 선생님들의 위로를 벗 삼던 내게 남편의 말이 귓전을 때린다. 채찍을 맞은 내 귀는 빨갛게 달아올랐다. 요만큼만 채우고 살고 싶었지만, 사실은 요만큼 더 채우려는 내 욕심이 들켜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난 요만큼 좀 더 채우기 위해 검색어를 바꿔본다.

‘맘에 드는 친구와 가까워지는 법‘

‘연락했을 때 답장 없어도 괜찮아지는 법‘

혼자도 괜찮은 척 하지만, 나도 실은 친구가 고프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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