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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새싹의 실험실 Dec 22. 2022

인턴, 실수 연대기

실험실험

작년부터 1년 가량 스타트업을 하면서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부족함은 경험의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한 조직을 이끌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예전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대답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 한 기업에서 인턴생활을 5개월간 하게 되었다.

오늘 적을 이야기는 인턴 생활 중 한 가장 큰 실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턴을 하면서 '꼼꼼함'이 크게 요구되는 일을 했다. 

데이터 분석, 이를 기반으로 한 CRM 마케팅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데이터 분석은 적성에도 잘 맞았고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CRM 마케팅은 그렇지 않았다. 스크립트 작성도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들만 나왔고, 실수 없이 시간에 맞춰 메시지를 발송하는 것도 꼼꼼함이 부족한 나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매일 푸시를 10회 가량, 메시지 갯수로는 5000-6000통 가량 발송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보니까 사소한 부분에서 실수를 하는 부분이 종종 있었다. 예컨대 문자에 BITLY 링크를 잘못 넣거나 시간을 잘못 설정한다는 등. 그러나 이런 실수들은 대부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주로 문자를 '예약 기능'을 통해 보내기 때문이다. 발송 전에 수정하면 고쳐질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CMS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회사에 피해를 준 경우는,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번호를 누락하는 등의 경우였다. 이러한 자잘한 실수는 나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야망은 큰 사람이 이런 사소한 것 하나 못하면 어떡하지? 나는 기초가 부실한건가? 라는 자책을 상당히 많이 했다. 그래서 메시지를 하나 보낼 때도 꼭 테스트 발송을 해봤고, 2번 3번 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번에 한 실수는 차원이 다른 실수였다. 고객들에게 특정 링크를 보내야 했는데 카톡 정책상의 이유로 특정 시간 이후에는 전송이 안 되었던 것이다. 이 링크가 고객들에게 제 때 전달되지 못하게 되면 회사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갈 것이었다.



결국 직접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5개 정도의 임시방편을 찾아서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만 면했다. 쩍 벌어진 상처에 조그마한 밴드 5개 붙여놓는 꼴이었다. 2시간 가량은 넋이 나갔고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속이 울렁거렸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수의 한 마디였다. 다른 조직에서 비슷한 실수를 했으면 정말 크게 혼났을텐데 사수는 오히려 위로의 말을 먼저 건넸다. 그리고 그 위로는 단순히 '괜찮아' 같은 감성적인 위로가 아니라 10년 간의 인사이트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회사를 둘러보면 같은 일을 하는 것 처럼 보이는데 월급을 더 많이 받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은 실수를 통해 몸값을 높인 사람들이에요. 실수를 해보고, 거기서 배워가면서 몸값을 키우는거라고 생각해요.



'실수를 통해 성장하면 되지' 라는 단순한 말과는 무게가 달리 느껴졌다. 조직에서 노하우를 쌓고 인사이트를 축적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말이 더 큰 위로가 되었다.



다만, 아직까지도 마음에 걸리는 것은 회사에 직접적인 피해를 줬다는 것에 있다. 나의 성장을 위해 회사가 매출을 희생한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회사가 희생한 값어치를 할 수 있도록 실수를 통해 지혜를 충분히 얻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의 경험을 잊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 이렇게 글로 기록해둔다. 나아가, 나도 언젠가는 회사를 만들어서 '관용''성장'이 주가 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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