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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새싹의 실험실 May 02. 2024

단 10만원으로 아이템의 시장성 검증하기

비타민 같은 아이템이 있고 진통제 같은 아이템이 있습니다.

비타민 같은 아이템은 “있으면 좋은” 아이템입니다. 그러나 진통제 같은 아이템은 “없으면 안 되는 아이템”입니다.


저는 1년 전 비타민 같은 아이템을 개발했었고 호되게 망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아이템을 갈아엎으면서 무조건 진통제 같은 아이템을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뭐가 비타민이고 뭐가 진통제인지 알아야겠죠. 제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비타민 같은 아이템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강아지를 위한 맞춤형 조끼 제작”. 있으면 좋은데 없어도 살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진통제 같은 아이템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토스의 간편 송금”, “카카오톡 무료 메신저”

자 그럼 주변에 진통제를 찾아봅시다. 우선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진통제를 찾는게 빠르겠죠? 저한테 그런 분야는 크게 2개가 있습니다. 첫째가 교육이고 둘째가 콘텐츠입니다. 저는 공부만 하고 지낸 기간이 꽤 되기 때문에 공부 분야에는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고, 또 창업을 한 후부터는 크리에이터들과 협업을 오랫동안 협업을 해왔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 분야에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아이템은 생각보다 빨리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는 데 이걸 쇼츠로도 올리고 싶고 인스타그램 릴스로도 올리고 싶고 블로그로도 발행하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솔직히 영상 하나 만드는 것도 귀찮아 죽겠는데 다른 형식으로도 콘텐츠를 변형해서 배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너무 귀찮았습니다.


내가 유튜브 링크만 하나 띡 올려두면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인스타 스토리, 블로그 게시글로 딱딱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다른건 몰라도 실행력은 미친 듯이 빠른 축에 속하기 때문에 바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아이템은 뭔가 진통제 같았습니다. 제가 크리에이터로서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무조건 쓸 것이었거든요.


이 아이템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터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체를 상대로 하는 B2B 성격이 가미되어 있었습니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구글이나 인스타그램 광고를 돌리는 것은 적합하지 않았죠.


그래서 저희는 최대한 많은 크리에이터에게 메일을 드려보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고민이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일일이 보고 맞춤형 문구를 제작해서 하나하나 메일을 드릴지, 아니면 대량발송을 할지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서비스가 그만큼 필요하다면 메일이 개인화되어있지 않더라도 응답할 것이라는 생각에 질보다 양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대량발송의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방법이 맞는지 틀린지는 아직까지도 확신은 없습니다.


결과 부터 말씀드리면 저희는 1000명의 크리에이터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크리에이터를 모았냐고요?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크리에이터의 메일을 스크래핑하는 알바 모집글을 올렸습니다. 3분 정도가 신청해주셨고, 생각보다 퀄리티가 높아서 이 분들이 정리해주신 메일 리스트를 곧바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총 10만원 가량을 소비하였습니다. 이 아이템을 개발하면서 쓴 유일한 금액이죠.

이제 콜드메일을 쓸 차례죠. 콜드메일은 모바일 화면에 한 눈에 들어오도록 상당히 짧게 작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짜피 길면 안 읽기 때문이죠.


제목은 클릭해보고 싶게 “000님의 콘텐츠를 5배 더 노출시켜드리겠습니다”라고 정했습니다. 실제로 유튜브 콘텐츠 하나만 만드시면 5곳 이상에 재활용할 수 있게 해드리는 서비스였으니까요.


이제 반응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메일 오픈률은 60%를 넘었습니다. 저희처럼 대량메일을 발송해보신 스타트업이라면 아시겠지만 60%는 엄청나게 높은 수치입니다. 제목 카피라이팅은 잘 했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클릭률 발송수 대비 13%였습니다. 이 또한 낮은 수치는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응답은 12분에게 왔습니다. 1%가 살짝 넘는 응답률이죠. 오픈률과 클릭률에 비해 회신율이 낮은 이유는 “추가 퍼널의 존재”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저희는 메일에 대해 곧바로 답장을 받는 형식으로 설계를 하지 않고 메일에 있는 버튼을 클릭하면 저희 웹사이트로 넘어가게 설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웹사이트를 보고 마음에 드시면 거기서 구글폼으로 신청을 하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퍼널이 존재했기 때문에 응답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저희가 응답을 주신 12분께 말씀드렸습니다. “유튜브 링크만 주시면 곧바로 쇼츠 릴스 인스타 피드 게시글 스토리 블로그로 변환시켜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GPT 같은 AI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수기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작업의 전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24시간 내에 작업물을 전달드리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힘겨운 24시간 끝에, 결국 모든 작업물이 완성되었습니다. 작업물을 전달드리고 반응을 지켜볼 시간이죠.

여러분은 반응이 어땠을 것 같나요?


한 분 한 분 연락이 오는데 연락이 오는 족족 부정적인 피드백이었습니다.


심지어는 한 분은 “제가 프로덕트를 개선해서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라고 여쭈었더니 “아니요. 연락하지 마세요.”라고 싹뚝 잘라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피드백을 종합해보았습니다. 주된 피드백은 “개인화의 부족”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인스타그램 릴스 7초짜리를 원하셨고 어떤 분은 50초짜리를 원하셨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마다 원하는게 너무 달랐던 것인데 저희는 획일적인 솔루션을 드린 것이지요. 그나마 한 분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결과적으로는 1000명 중 999명에게 거절당한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한 사이클을 돌리고 나니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듭니다.


문제 정의는 나름 잘 한 것 같은데 해결방법이 미흡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일 저희가 맞춤형 제작까지 되는 AI를 개발했다면 어땠을까요? 예컨대 유튜브 링크를 올리고 AI에게 7초짜리 쇼츠로 변환시켜달라고 하면 변환시켜주는 서비스 말이죠. 물론 이렇게 해도 퀄리티에 대한 이슈는 나왔을 것 같기는 합니다.


이러한 해결책을 저희가 직접 시도해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하게 되면 큰 결심을 가지고 매진해야 할 것 같긴 합니다. 꽤나 시간이 드는 작업일테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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