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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새싹의 실험실 Jul 09. 2024

회복탄력성에 관하여

팀원이 나가

3일 전에 팀원에 나갔다.

2인 팀이었는데 한 명이 나갔으니 이제는 더 이상 팀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작년 11월부터 함께했던 팀원인데 카톡 몇 줄 남기고 나가버리셨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나간 것은 아닐까 내가 충분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서 나간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 때문에 함부로 잡을 수도 없었다.


팀원이 나감으로써 수백만원 단위의 계약도 함께 날라갔다.

외주개발 건이었는데, 내가 밤새 디자인하고 개발 하면 진행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엄두가 나지는 않았다.

다행히 계약 체결 전이라 외주를 주신 사장님께는 사정을 설명드리고 양해를 구할 수 있었다.


팀원이 나가고 조금 후에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걸까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안 좋은 걸까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은 팀원 없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힘든데.

이 일을 계속 하는게 맞는 것일까?


그러다 얼마 전에 사놓은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을 꺼내들었다.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한국에 소개한 저서였다.

거기서 상당히 찔리는 문구를 발견했다.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면 "개인적" "보편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즉, 나쁜일이 '나에게만' 생긴다고 생각하고, '모든 일들'에 부정적 사고가 영향을 미친다.

반면,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이 생길 때, '누구에게나 이런 일은 생길 수 있어'라고 생각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른 영역에서는 운이 좋은 사람이야' 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사고방식이 어찌보면 상황을 회피하는 사고라고 생각해왔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그것은 내가 부족한 탓이고, 그것을 고쳐야 성장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꽤나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책에서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잘 안되면 상황 탓, 잘 되면 내 덕 이라고 받아드린다고 소개했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찔렸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자기합리화 좀 하면 어떤가.

긍정의 힘이 더 중요한데.

고칠점을 좀 못 찾으면 어떤가.

행복한게 더 중요한데.




사업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혼자 방구석에 처박히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내가 내린 선택은 2가지였다.

첫째, 운동.

매일 운동을 가기로 다짐했고, 실천 중이다. 며칠 안 되었지만. 나도 몸 좀 만들어보고 싶다,

둘째, 사람.

지인들 5명 정도에게 연락을 돌렸다. 만나서 대화 하자고. 그리고 어제 오늘 각 한 분씩 만났다. 내일도 또 만난다. 어쩌다보니 이번주와 다음주는 약속이 꽤 많이 생기게 되었다.


어제 오늘 만난 사람들에 대해 간략히 적어보고자 한다.


월요일 - 노코드 동아리 최00님

이 분은 사람을 보는 통찰력이 상당히 뛰어난 분이다. 본인의 장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계신다. 나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물어보셨는데, 내가 생각보다 스스로에 대해 부족한 점만 잔뜩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장점에 대해 잘 모르더라.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다.

또, 앞으로 로스쿨에 복학하기 전 6개월 가량 동안 독서를 미친듯이 하는 것을 추천하셨다. 나는 진심이 30이면 70만큼 실행하는 사람이다. 실행력이 앞서서 좋았던 적도 있었지만 진심이 그 만큼 받혀주지 않으니까 중간중간 지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독서를 하면서 다양한 간접경험을 통해 내가 '진심'인 영역을 찾게 된다면 진심 만큼 실행해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분야를 찾게 되지 않을까. 내실이 가득한 옹골찬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화요일 - 노코드 동아리 고00님

이 분은 매우 긍정적인 분이다. 매일 스스로를 운이 좋다고 세뇌하는 사람을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다. 나에게 눈에 웃음기가 없다고 말씀하셨을 때 많이 찔렸다.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티 나나보다. 나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순수하신 분이다. 팀원에게 대표만큼의 열정을 기대할 수는 없다와 같은 (내가 생각하는) 창업의 현실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받아드리시질 않더라. 그런데 그런 순수함을 갖고 계신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 긍정의 힘 덕분에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일 것 같다. 나도 운이 좋다고 스스로를 세뇌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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