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_02
1. 연세대 학부 동기다. 여자 분이고, 돋보이는 외모와 밝은 성격 덕에 어딜 가나 눈에 띈다. 친구인 내가 봐도 어지간한 연예인 뺨칠만한 외모를 가졌다. 그럼에도 성격 또한 털털하고 쾌활해서 대화하기 즐겁다. 생일 때에는 무수히 많은 친구들의 축하를 받고, 소속되는 집단마다 잘해주는 사람이 넘쳐난다. 충분히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서 속사정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마치 핑크색 필터가 씐 듯한 인생이다.
2. 두더지 팀 팀원이다. 남자 분이고, 항상 본인이 처한 환경을 극도의 노력을 통해 이겨낸 분이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공부라는 무기를 통해서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였으며, 대학교와 대학원생 때에는 생활비를 벌면서 전국 수십등을 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본인이 가진 컴플렉스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러한 결핍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분이다.
3. 열혈 창업가다. 사업을 자기 몸 보다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보다 어리지만 글로벌 사업을 하면서 전 세계 방방곳곳을 출장 나간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갑자기 파리에 있는 컨퍼런스에 나타나있곤 한다. 어렸을 때부터 반골 기질이 상당했으며, 대학교에 와서는 남들의 3배가 넘는 인턴 경험을 통해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탐구했다. 지금은 주7일 주70시간 가량 근무하는 강력한 창업가다.
어떤 인생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문뜩 1의 인생이 너무나 부러워지는 순간이 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나도 어디가서 저런 호의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내가 사는 세상이 로크의 자연상태라면, 저 사람이 사는 세상은 알록다록한 빛깔로 채워진 세상이겠구나. 그러나 생각해보면, 나는 1 친구의 훌륭한 외모도, 따뜻한 성격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다.
2의 인생은 나에게 조금 다른 울림을 주었다. 이 분이 겪어온 길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만이겠지만, 적어도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은 느껴진다. 주어진 환경적, 신체적 한계를 압도적인 노력으로 극복한 사람. 물론 극복하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러한 한계와 함께 살아갈 줄도 아는 사람. 이러한 공감대가 있었기에 팀원 제의를 하는 데에 망설임이 없었다.
3의 인생은 색다른 자극을 주었다. 같은 창업가지만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 친구가 가진 꿈의 크기는 나의 상상력이 미치지 못한 영역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팀으로 모시고 싶다기보다는 이 친구 회사에 투자를 하고 싶었다. 역시 큰 꿈을 꾸는 사람 주위로 사람들이 모이나보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나는 업데이트를 받고 싶다.
사람의 인생이란, 그 단면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람의 단면만 보고 내 멋대로 그 사람의 이야기를 3D로 만들어버린다. 예컨대, 1의 친구가 실제로는 엄청나게 힘든 일을 겪고 있을지 내가 어떻게 알 것인가. 그러나 선입견의 한계를 알면서도 막연히 내가 가지 않은 길을 부러워하는 것도 결국 나의 한계이자 인간의 한계이다. 그럴 때에는 깊은 자조에 빠지지 않고 세상을 다시 한 번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