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변명] 프롤로그

by 차안

살쪘다는 이유로 대놓고 욕하는 사람들, 조언이랍시고 다이어트를 권유하는 지인들, 아닌 척하지만 누구보다 외모에 신경 쓰는 나에게, '그럴만한 사정'이란 게 있었다고 소리치고 싶다. 원푸드, 저탄고지, 단식, 닭가슴살과 운동, 양약, 한약, 지방분해주사, 지방흡입까지 다이어트 경험으로 이력서를 쓴다면 대기업에서 모셔갈 것만 같은 화려한 경력을 가지게 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고.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몸무게는 초등학교 5학년 때 68kg였던 것. 혹자는 어릴 때부터 초고도비만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변명하자면, 이때 난 키가 163cm였고 남들보다 키도 골격도 큰 편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래왔던 탓에 항상 눈에 띄었고, 그건 그리 좋은 경험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 학예회에서도 그랬다. 전통 놀이를 하기 위해 다 같이 맞춰 입은 한복이 너무 짧았을 때, 담임선생님은 나를 앞으로 불러냈었다.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말했다.


"얘는 덩치가 커서 한복이 작아. 얘 때문에 선생님 너무 힘들어."


나는 그때의 수치심을 아직까지도 기억한다. 어렸던 나는 그 일이 정말로 뚱뚱한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뚱뚱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겪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 몸에 대한 자기상이, 그렇게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채 부정적으로 생겨버렸다. 내가 고작 9살 때 말이다.



나는 언니가 두 명 있는데, 내가 초등학생 때 사춘기였던 언니들은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았다. 밥 안 먹는다고 엄마랑 싸우고, 너무 굶어서 기절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그저 저렇게 해서라도 마른 몸이 돼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른 몸매의 언니와 달리 살집이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싫었고, 잘못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작정 굶었다. 웃긴 건 그렇다고 며칠씩 단식한 것도 아니다. 고작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는 배가 너무 고파 저녁에 흡입하듯이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언니와 함께 그 당시 유행이었던 *마녀수프 다이어트를 시도했었다가 너무 맛없어서 포기한 적도 있다. 또 한 번은 칼로리를 맞춰 먹겠다며 초콜릿 하나에 300kcal니 하루에 3개씩만 먹겠다고 다짐하고, 냉동실에 잔뜩 넣어둔 적도 있었다. 물론 그 초콜릿은 맛있는 간식이 되어 며칠 만에 사라졌다. 이렇게 아주 비체계적이고 무논리로 가득한 초등학생의 다이어트는 당연하게도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 진학을 앞둔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에 올라갔던 체중계의 눈금은 생전 처음 보는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72kg. 그때 들었던 근거 없는 확신, 이 몸무게는 내 인생 최대 몸무게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모른다고 했던가. 27살을 코 앞에 둔 겨울날의 나에게 72kg이 꿈의 몸무게가 되어있을 줄, 그때는 정말 몰랐다.



*마녀수프 다이어트: 토마토, 양배추 등 갖가지 채소를 끓인 스튜를 만들어 매 끼니 먹는 다이어트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