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님 여러분께 양해 말씀 드립니다. 저는 매주 일요일마다 [울릉도, 방랑의 추억]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만에서 친구들이 왔네요. 시간에 맞춰서 글을 올리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중국 친구들과 함께 설악산 일대를 돌아다녀야 합니다. 도저히 새 글을 올릴 시간이 안 되어서 부득이 한 주 건너뛰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냥 건너뛰면 섭섭하므로... 비상용으로 준비해 두었던 중국의 사천四川 지역과 그 지방의 서민 음식을 소개하는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예전에 출판했던 책에서 일부 발췌 보충한 것입니다. 작가님들의 하해와 같은 용서와 이해를 구합니다.
사진은 거의 대부분 중국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작가님 여러분께 소개하고픈 마음 하나로 옳지 못한 일을 저지르고 있네요. 일주일쯤 지난 후에 모두 삭제하려 합니다. 이것 역시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진이 없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옛날에 제가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매우 조악한 데다가 그나마 대부분 분실되었기 때문입니다. 학교 출판사에서 책을 내었는데 사진이 없어도 나름대로는 금방 완판 하였다고 하네요. 하지만 더 이상 책을 찍지는 않을 것입니다. 판권 기한도 끝나가고 하니, 언젠가 정식으로 사진작가를 초빙하여 새로 출판하는 게 제 꿈입니다.
글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학생들과 정답게 문답을 주고받는 대화체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따옴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형식만 학생들과의 대화체일 뿐, 어차피 저의 내면에서 흐르는 심리활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즐감해 주시기 바랍니다.
황사의 중원 땅
중국 문명의 본 고장인 황하 중류 지역은 대단히 척박한 땅이다. 특히 봄이 되면 이루 말도 못 한다. “황사! 황사가 불어온다. 공습경보, 공습경보!” 멀리서 황사가 쳐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면 누구나 공포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하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노도처럼 밀려드는 시뻘건 해일! 오, 하나님! 저절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지구 종말의 순간인가?
신강위구르자치주 아커쑤 지역에 갑자기 발생한 모래폭풍 황사가 휩쓸고 지나간 뒤의 도시는 그야말로 누런 폐허! 참혹하기 그지없다. 거리마다 건물마다 눈처럼 쌓인 싯누런 황토! 힘없이 쓰러진 나뭇잎은 가엽게도 누렇고, 머얼리 힘겹게 드러누운 산봉우리는 슬프게도 누렇다. 지나가는 사람들, 누런 옷을 입은 누런 사람들! 그들이 호흡하는 공기는 아직도 온통 누렇기만 하다.
불현듯 숨이 막힌다. 손이라도 씻어야지, 다급히 수도꼭지를 틀면 쏟아져 나오는 물, 으악! 시뻘건 황토물이다. 중국에 대한 장밋빛 환상에만 빠져 멋모르고 길을 떠난 나그네라면 정나미가 떨어지기 십상! 아니, 질식해서 죽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
며칠 후의 북경시 거리 모습
산천의 정기 모인 사천 땅
그러나 사천四川은 다르다. 기차를 타고 사천성 경내에 들어서면 먼저 싱그러운 공기가 여행자를 기쁨으로 맞아준다. 특히 봄철의 사천 땅은 너무나 아름답다. 웅장하고 빼어난 산봉우리 사이사이 곳곳마다 펼쳐진 노오란 유채꽃 만발한 그 모습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한반도에 제일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제주도 섭지코지의 상큼한 그 풀 향기와, 강원도 심심산골 양지 녘을 휘돌아 나오는 해맑은 산바람이 하나로 만난 느낌이랄까?
달콤한 당근 하나 뿌리째 뽑아내어 그 자리에서 칼로 쌩둥 깎아먹고, 봄나물 캐어 온 봄처녀 봄 바구니, 냉이랑 쑥갓 꺼내 그 자리에서 버무려 먹고픈 충동을 느끼게 하는 우리네 고향 땅의 그런 풍광이다. 예로부터 ‘천부지국天府之國, 하늘이 주신 복 받은 나라’라는 사천은 풍요로움의 땅, 없는 게 없는 우리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을 닮은 땅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우리나라는 정말 금수강산, 엑기스만 모인 땅이다. 최소한 몇 시간만 차를 몰고 가면 기막힌 경치들이 줄을 지어 나타난다. 산천의 정기가 집약된 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Oh, No! 아니올시다. 그리 썩 빼어나지도 않은 것 같은 풍광 하나를 보고 나서 그다음 명승지를 구경하려면 다시 몇 날 며칠을 허위허위 이동해야 한다. 한 마디로 산천의 정기가 분산되어 있는 그런 땅이다.
그러나 사천은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산천의 정기가 모인 땅이다. 다른 게 있다면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에 둘러 쌓여 있고, 사천은 사방이 험준한 산세에 둘러 쌓여 있다는 정도일까? 아무튼 외부와 차단된 별유천지비인간 別有天地非人間의 무릉도원과도 같은 땅 사천에는 이 세상의 온갖 정기가 모두 모두 모여있다.
곳곳마다 신화처럼 숨어있는 아름다운 절경이요, 곳곳마다 전설처럼 전해지는 영웅호걸 이야기다. 그뿐인가! 첩첩 산골 깊고 깊은 산악지역에는 온갖 진귀한 한약재가 여기저기 숨어있고, 맑은 물 철철 흐르는 강과 협곡마다 온갖 기이한 동식물이 신선처럼 살고 있다.
팬더의 고향, 사천
※ 여기서 잠시 잠깐! 뽀~~너스로 구채구[九寨溝(沟), Jiu zhai gou]라는 곳을 살짜꿍 알아보고 넘어가자. '구채구'는 '아홉 개의 산채山寨, 산골 마을이 있는 계곡'이라는 뜻이다.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산골 마을일까? 티베트족이다. 여기서부터 티베트고원이 시작되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 구채구에는,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해발 5,000여 m의 하얀 봉우리들과 하늘을 찌르는 원시림 사이에 바다처럼 넓은 호수가 이백 여 개나 숨어있다.
이곳에 가면 노을이 지기 전에 거울 같은 호숫가를 산책하자. 푸른 하늘의 솜사탕 구름이 호수 속에 흘러간다. 삼각형의 산봉우리에 일직선의 원시림도 모두 모두 호수 속에 거꾸로 꽂혀 있다. 어디까지가 실물이고 어디까지가 투영投影인지, 그 경계 따위는 도무지 알 수도 없고 애당초 알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이 총천연색, 그러나 너무도 맑은 색조이다.
노을이 물들 때는 발을 멈추고 조용히 수면 위를 응시해 보자. 여기는 Fairy Land, 동화 속 요정의 나라! 형형색색 영롱하게 황금의 별, 가루처럼 뿌려지는 그 속에 그리운 님 그 모습이 피터팬의 팅커 벨로 나타난다.
소오생은 1996년 4월에 처음 이곳을 갔을 때, 사천성의 capital city인 성도成都(청뚜; Chengdu)에서 목숨을 걸고 2박 3일 동안 털터리 버스를 타고 갔다.(성도 기점으로 5박 6일 일정). '목숨을 걸고'라는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이천 미터 민둥산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울퉁불퉁 좁은 비포장 절벽길은 차량 두 대가 교차하기에는 너무나 아슬아슬하다. 절벽 쪽으로 버스가 뒤뚱뒤뚱 지나갈 때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그대로 허공이다. 지금 내가 탄 버스가 가고 있는 이 길은 안 보이고, 아스라히 2,000m 아래에 폭포처럼 흘러가는 거센 민강岷江 줄기만 희미하게 보인다. 옆에서는 모래폭포가 계속 쏟아져 툭하면 길이 막힌다. 한번 길이 막히면 언제 열릴지 기약이 없다. 계속 차 안에서 쫄쫄 굶으면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버스 요금에는 생명보험료까지 얹어서 지불하란다. 내가 여기서 사고로 죽으면 가족들이 와서 이 버스 티켓을 찾아내어 그걸 근거로 보혐료를 받으라는 이야기. 말이냐 막걸리냐. 소오생은 절대 이런 돈 못준다. 30분 싸워서 결국 안 내고 탄다. 그 다음부터는 버스표 사지 않고 버스 기사 아재랑 안내 아가씨 꼬셔서 싸게 타고 간다. 교통비+식비+숙박비+입장료 통털어서 일괄 타결한다.
기사랑 친해 놓으면 여러 모로 좋다. 사고도 예방하고, 수다 떠느라 심심하지도 않다. 기사식당에서 기사들한테 공짜로 제공하는 밥을 같이 먹으니 반찬도 풍성하다. 식당 쥔 아저씨 그 맛난 사천 고량주 서비스로 내주는데, 기사님들 술을 못 먹으니 오로지 내 차지다. 숙박은 여관에서 기사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좋은 방에서 기사랑 같이 잔다. 그런데 도착하는 곳마다 기사님은 친구 찾아 그곳에서 잠을 자니 나홀로 독방이다.
입장료도 기사가 알아서 책임진다. 모든 승객 버스에서 내려서 비싼 입장료 사가지고 한참 걸어와야 하는데, 나는 혼자 버스 뒤에 납작 엎드린다. 기사님이 매표소 청년이랑 눈짓 한번 주고 받으면 버스 째 무사통과!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얼씨구절씨구 지화자 좋을시고! 근데 이제는 소오생 중국 방랑,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 모든 것이 핸폰 QR 결제다. 망했다. ㅠㅜ
히말라야판과 중국대륙판이 부딪치는 경계선상에 위치한 이 지역은 툭하면 지진이 난다. 2008년 5월 12일 문천汶川(원촨, Wenchuan)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여 도시 전체가 초토화되고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 1996년 구채구 가는 길에 하룻밤을 자고 간 그 도시다. 만약 내가 묵었던 그날 밤에 일어났다면? 덜덜덜... 그때 친구가 되었던 버스 기사, 안내 아가씨는 무사할지 모르겠다. 부디 안녕하시길.
민강 발원지에서. 해발 4,500m 고원이다. 1996. 4. 지금은 인근에 비행장까지 생겨서 금방 갈 수 있다. 하지만 세상 만사 모든 일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는 법. 전 세계에서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그야말로 파리떼처럼 몰려들고 있다. 2005년 비행기를 타고 두 번째로 이곳을 찾았을 때,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1996년의 그 호젓한 절경, 요정의 나라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입장료를 내지 않는 또 다른 구채구들이 티베트고원 언저리의 엄청나게 넓은 이 캄Kham 땅 곳곳마다 수없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좋아할 수만도 없다. 그 후에도 여러 번 지진이 발생해서 구채구가 폐쇄된 적까지 있었다. 인간이 구더기처럼 들끓는 구채구가 위험할 정도면, 인간이 거의 보이지 않는 그 내륙은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National Geography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선언한 곳. 그러나 외부인이 가기에는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곳. 티베트고원 입구에 위치한 바로 이 광활한 캄Kham 땅이다.(한반도 1.5배 넓이) 이곳을 찾아가려면 수시로 변하는 현지 상황을 반드시 사전에 정확하게 체크해야 한다.
소오생이 누구처럼 사진만 잘 찍는다면 월매나 좋을까요... ㅠㅜ
맛의 정기 모두 모인, 맛의 고향 사천 땅
사연이 그러하니, 어찌 이 땅에 맛의 정기가 모이지 않을 소냐! 산천의 정기 모인 맛의 고향 사천 땅, 우리의 식도락 중국 여행은 바로 그곳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상큼한 봄나물은 맛볼 수 없다. 그러나 기름기 많은 중국의 다른 동네 음식에 질린 우리의 입맛을 되돌려주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고춧가루 듬뿍 뿌리고, 후춧가루 잔뜩 풀은 이 요리 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식도락 찾아 머나먼 곳 한국에서 떠나온 우리의 여행자들은 얼굴 하나 가득 함박웃음, 행복한 미소를 지을 게 틀림없다. 앗, 벌써 침이 고이네?
선생님, 저도 사천요리 먹어봤어요. 매콤한 게, 제 입맛에도 딱 맞더라구요! 우리는 흔히 사천요리의 특징은 매운맛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사천요리의 특징은 이 세상의 모든 맛이 모두 다 모여있다는 것이다. 사천에는 오만가지 별의별 맛이 다 있다. 맛의 멜로디가 예술처럼 춤을 춘다.
어? 그런가요? 그런데 왜 우리는 매운맛으로만 알고 있는 거죠? 매운맛이라기보다는 강한 맛, 진한 맛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오만가지 요리 중에서도 맵고 짜고 쓰고 시큼하고 얼얼하고 톡 쏘는 그런 강렬한 맛이 나그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게 마련이다. 왜요? 왜냐고? 간단하다.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맛이니까.
생각해 보렴. 외국 사람들은 흔히 한국음식 하면, 오우! 킴치! 코추카루! 너무 매워요! 비명을 지르며 오로지 매운맛만 떠올리지? 사실은 우리나라 음식에도 부드럽고 달콤하고 담백한 여러 가지 맛이 다 있는데도 말이지. 마찬가지 이치란다. 산천의 정기가 모인 땅 사천! 그 땅의 요리에는 오만가지 가지가지 빼어난 음식의 맛이, 환상적인 예술의 멜로디로 승화되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식으로 알아두자!
사천은 맛의 정기가 모두 모인 맛의 고향이다. 맛? 아니, 요리나 음식이란 게 원래 맛있으라고 만드는 거 아닌가요? 아하, 그거야 문화 수준이 향상된 요즘 세상 이야기고, 옛날에는 어쨌다고? 다 함께 모여라, 다 함께 먹자! 그 수준이었다. 중국 음식의 본 고장인 산동요리의 특징은? 푸짐하다! 그것 아니었던가!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배불리 먹는 데 있었지, 맛에 있었던 건 아니었다. 맛을 개발한 것은 사천이었다. 선생님, 그런데 사천이 왜 그렇게 맛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음, 아주 좋은 질문이다. 점수 이 점 플러스, 찰카닥 찰카닥!
첫째, 인구가 너무 많다. 심심산골이야 인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지만 도회지마다 넘쳐나는 인구를 감당하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얼마 전엔 중경重慶 (충칭, Chungching) 지역을 사천에서 따로 독립시켜 직할시로 삼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겠는가. 사연이 그러하니 제아무리 희귀한 먹거리 재료가 있다 해도 서민들 팔자에는 언감생심, 그런 고급 음식이란 꿈도 꿀 수 없다. 아이고 맛있겠다, 우린 언제 한번 그렇게 귀한 걸 먹어보지?
사천요리 또 하나의 특색이 여기서 탄생한다. 사천요리는 싸구려 음식도 너무너무 맛있다. 왜요? 왜냐고? 맛있게 만들었으니까. 물론 비싸고 맛있는 요리도 있다. 하지만 사천요리사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별게 아니다. 비싼 재료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맛있는 법, 문제는 싸구려다.
부(↗)야오(↘) 딴(→)씬(→)! 不要担心! 아아, 걱정 말라해!
울리 싸천 요리사, 맛으로 승부 걸었다 해! 싸구려 가지고도 아주 기똥차게 만들어준다해!
불철주야 심혈을 기울인 결과, 모든 맛을 개발하여 뭐든지 맛있게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니 싸구려일수록 더 빛이 날 수밖에. 사천요리는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서민의 대중 음식이다.
둘째, 교통은 불편한데 날씨는 덥고 춥다. 사천은 사방이 험준한 산세에 둘러 쌓인 외부와 단절된 땅. 근처에 바다나 큰 호수가 없으니 싱싱한 수산물 구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 게다가 여름에는 40도를 웃도는 폭염이요, 겨울에는 엄동설한 동장군이 북녘 땅 못지않게 기승을 부려대니, 먹거리 재료를 어찌 보관하고 어찌 운반한단 말일꼬?
이 모두가 사시사철 맛갈진 음식을 만들고 먹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장애가 아닐 수 없다. 요새처럼 냉장고도 없으니, 이 난관을 어찌 돌파한다? 울리 쌀람, 그러면 그럴수록 요리 더 맛있게 만든다 해! 쏼라 쏼라! 앗, 사천의 요리사 양반 뭐라고 한 말씀하실 모양이니, 그 사연을 소오생의 유창한 통역으로 실감 나게 들어보자.
보관이 걱정되시나요? 까짓 거! 깊고 깊은 산악 지대, 탄광(?)에서 캐어 내는 질 좋은 바위 소금, 야채와 고기 위에 듬뿍 뿌려 절절절절 절여드리지, 뭐!
자그마한 유리병에 담아 파는 사천 명물, ‘짜/차이 (搾菜)’ 같은 각종 채소 절임 음식은 이렇게 탄생했다. 서양의 피클보다 우리의 입맛에 훨씬 더 짝, 달라붙는 상큼한 오이지의 그 맛! 드넓은 중국 대륙, 끝없이 이어지는 피곤한 여행에 지쳐버린 우리의 나그네가 한 입 베어 먹는 그 순간,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눈이 번쩍, 잃어버린 입맛이 그 순간에 돌아온다. 앗, 기차 안도 아닌데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말린 고기, 육포도 있습니다~! 절인 고기, 물고기 절임도 있습니다~! 짭짤한 땅콩도 있습니다~!
네? 요거는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신다구요? 에이, 염려 붙들어 매세요. 아주 신선하지는 않더라도 그 대신 화끈한 맛으로 쏘아드리면 안 될깝쇼? 파 · 마늘 · 생강은 기본이요, 고춧가루 · 후춧가루 · 산초가루 · 깨기름 · 참기름, 가지가지 조미료와 향신료를 듬뿍듬뿍 뿌리고 치고 넣어드립죠! 사천요리의 대표적인 맛, ‘말(↗)라(↘)’의 맛이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말라(麻辣)’가 뭔데요? ‘얼얼할 마麻’, ‘매울 랄辣’,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맵고 진한 맛이라 이거지. 오케이?
선생님, 근데요, 매운 거는 사실 진짜 맛은 아니라던데요. 혀를 마비시키는 거에 불과하다던데요? 그런 사천요리의 맛을 예술의 세계 운운, 하시는 건 과장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음, 아주 좋은 지적이다. 점수 이 점 플러스, 찰카닥, 찰카닥!(히히, 또 점수 땄다)
그렇다. ‘얼얼할 마麻’는 ‘마비되다’라는 뜻도 된다. 맛의 감각을 맛볼 혀가, 맛을 보는 그 순간에 졸도해 버린다는 그 뜻이니, 그걸 진짜 ‘맛’이라고 얘기하기에는 어려운 감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천요리를 우습게 아는 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무지의 소치! 응용 능력 부족으로 일 점은 다시 감점, 철커덕!(에이, 치사해)
사천요리는 맛의 멜로디다. 그런데 맛이란 건 원래 움직이는 멜로디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가요? 멜로디란 무엇인가? 하나하나 개별적인 음의 음소인가? 아니다. 높고 낮고 강하고 약한 개별적인 음소가 모여 하나의 변화하는 선율을 형성하며 이어지는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감정의 기복은 사랑이 아니다. 달이 차고 기울 듯, 흘러간 물이 그러나 아직도 흐르고 있듯, 기쁘고 슬프고 미워하고 좋아하는 개별적인 감정이 모여 하나의 멜로디로 아름답게 이어지는 것이 사랑이다.
맛도 마찬가지다. 맵고 달고 짜고 쓰고 시큼하고 얼얼하고 부드럽고 톡 쏘는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맛은, 진정한 맛이 아니다. 한 가지 음식에 한 가지 맛으로 배 채우고 끝난다면, 굶주린 창자 채우기지, 그게 어디 ‘맛’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멜로디란 평탄하게 이어지는 게 아니다. 고저와 강약의 변화를 일으켜야 멜로디다. 남녀 간에 서로 밀고 당기며 사랑의 멜로디를 일구어내듯, 맛의 멜로디도 강, 약, 강강약, 리듬을 탈 줄 알아야 한다.
산동식 중국요리는 한꺼번에 잔뜩 늘어놓는다. 다 함께 모여라, 다 함께 먹자! 그게 모토다. 하지만 사천식 중국요리는 하나씩 상위에 올라온다. 그런데 그때 올라오는 순서가 대단히 절묘하다. 그 순서요? 저도 알아요. 차가운 것부터 먹기 시작해서 점점 뜨거운 요리를 먹는 거죠? 하하, 아이구, 신통해라. 별 걸 다 아네? 그렇다. 그게 일반적인 순서다.
그러나 사천요리는 그러한 상승 기조의 멜로디 속에서도 약간의 변화를 일으킨다. 덜 차가운 음식도 있고, 덜 뜨거운 요리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리의 온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맛의 배열과 조합이다. 강렬한 맛을 한번 먹었으면 그다음엔 담백한 맛 한번, 그다음엔 다시 짙은 맛. 그다음엔 다시 부드럽고 연한 맛, 강, 약, 강강약, 강, 약, 강약약! 리듬감을 살리면서 변화를 일으킨다.
그런데 강렬한 맛이라고 다 똑같은 맛이냐? 그게 또 아니다. 그때마다 서로 다른 대단히 복합적이고 대단히 오묘한 맛이다. 으윽? 이게 무슨 맛? 요~쌍하네? 때로는 너무나도 쇼킹! 전기총을 만진 듯 가스총에 맞은 듯, 혓바닥은 사정없이 그 자리에서 띠요용~~~! 순식간에 졸도해 버리는데, 그 맛이란 게 참으로 해괴하고 참으로 이상하다!
다시금 이어지는 보드랍고 연한 맛! 그런데 보드라운 맛이라고 다 똑같은 맛이냐? 그게 또 아니지이~! 그때마다 서로 다른 연한 맛이 등장하여, 잠시 전에 졸도했던 혓바닥의 감각들을 나긋나긋 안마하며 보드랍게 풀어주니, 온천수에 들어간 듯 사지가 낙신낙신, 온몸의 피로가 확 풀린다. 그 절묘한 화음을 이루는 맛의 멜로디! 그것이 진짜 사천요리다. 이해가 되시는가?
“우와! 맛은 역시 사천이야 味在四川!”
“이야! 어쩜 이렇게 요리마다 맛이 다를 수가 있지? 一菜一格, 百菜百味!”
그리하야 그 모든 역사상의 그 모든 중국 사람들이 모두 다 입을 모아 탄성을 내질렀으니, 과거 단순하게 굶주린 창자를 채우던 수준이던 중국의 음식 문화는, 이리하야 하늘나라 황홀한 식도락의 예술 세계로 승천하여 오르셨던 것이다.
가난뱅이 곰보 여인, 두부로 천하 제패
백문이 불여일견! 긴 말이 필요 없다.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서민의 대중 음식, 사천요리의 대표 서민 요리는 무엇일까? 소오생은 단연코 사천의 명물, 두부로 만든 <마(↗)포(↗) 떠우(↘)푸(f) : 麻婆豆腐>, 인간 사랑의 휴머니즘이 넘치는 <꿍(→)바오(↓) 지(→)딩 : 宮保鷄丁>을 추천한다.
오늘은 먼저 <마/포 떠우/푸>를 먹어보자. 우와, 벌써 나왔네요? 어, 이거 마파두부 아녜요? 저 이거 우리나라에서도 먹어본 적 있어요. 후루룩 쩝쩝! 앗, 뜨거 뜨거! 아이구, 매워! 애고애고, 입천장이 다 벗겨졌네! 입안이 너무 얼얼해요! 쯧쯧, 촐랑대기는!
사천 마파두부는 우리나라 것보다 훨씬 더 뜨겁고 훨씬 더 맵다. 우리나라 고추는 달콤 매콤한데, 중국 고추는 오로지 순수하게 매운맛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도락 순례의 중차대重且大한 사명을 띠고 애국 충절과 휴머니즘의 고향 사천에 왔으니, 아무리 매워도 <마/포 떠우/푸>를 안 먹을 수 없다.
근데요, 선생님! ‘마(麻)’는 ‘얼얼하다’는 뜻이라고 하셨고, ‘포(婆)’는 무슨 뜻이에요? 음, ‘노파’, ‘늙은 할멈’이라는 뜻이다. ‘마누라, 여편네’라는 뜻도 있지. 응? 잘 이해가 안 되네요? ‘얼얼한 여편네’? 하하, ‘마(麻)’에는 또 ‘참깨’라는 뜻도 있고, ‘곰보’라는 뜻도 있단다. 여기서는 후자의 뜻, 그러니까 <마/포 떠우/푸>는 ‘곰보 여편네 두부’라는 얘기지. 이야,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 같네요.
전설 따라 삼천리, 오늘은 곰보 여편네 두부에 얽힌 사연이올시다!
사천성의 성도省都, capital city가 어디라고? 성도(成都; Chengdu), 청(↗)뚜(→)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백여 년 전, 이곳 성도의 북쪽 외곽 지역에 만복교萬福橋라는 다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다리 옆에는 길가는 나그네들이 쉬어 가는 허름한 주막이 하나 있었다.
주모의 이름은 ‘곰보 여편네 麻婆’. 서방이 진씨陳氏였대나 어쨌대나, 아무튼 서방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 곰보 여편네, 마파의 얼굴이 얼기설기 곰보딱지가 난립한지라, 지지리도 흉측한 그 모습을 한 번만 쳐다보면 술맛이 싹― 달아나기 마련이었다는 사실!
장사는 하릴없이 파리만 날릴 딱한 신세인데, 그러나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순박하고 착한 그녀의 품성에 마음이 푸근해진 하류 계층의 노동자들이 드나드는 덕에 허름한 주막일망정 쓰러지지는 않았단다. 게다가 그녀의 음식 솜씨가 그럭저럭 쓸만한 데다가 밥값 또한 저렴하니, 비록 밑바닥 인생일망정 단골손님들이 하나씩 둘 씩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여보슈, 곰보 여편네! 미안하지만 이거 가지고 대충 먹을 거 하나 만들어주지 않겠수?”
단골로 드나들던 기름 장수들이 먹을 걸 만들어달라며 피곤한 손으로 내미는 걸 보니, 세상에서 제일 싼 먹거리, 두부였다. 두부? 와, 그거 너무 맛있죠. 따끈따끈 이제 막 만든 생두부에 양념간장 끼얹어서 숟가락으로 썩썩 베먹으면 월매나 맛있는지 몰라요! 난 두부 부침이나 두부 졸임이 좋더라!
쯧쯧, 인석들아. 너희야 딴 것도 먹고 두부도 먹고, 별미로 먹으니 당근 맛있겠지. 하지만 밑바닥 노동자들이야 어디 그렇겠냐? 네가 공사판에서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하고 두부 몇 모 먹고 버틴다면 어떻겠니? 아이고, 그거야 안 되죠! 생각만 해도 배고프네.
그렇다. 거기에 곰보 여편네의 고민이 있었다. 물론 끓는 물에 데쳐내어 간장이랑 함께 맨 두부를 갖다 주며, 호호 이게 이래 봬도 스태미나 음식이라우! 뻥을 치며 때워 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곰보 여편네 사는 동네가 어디인가? 제갈량과 두보가 인간 사랑의 정신을 가르치고 실천한 사천성四川省의 성도省都, 성도成都가 아닌가?
곰보 여편네는 힘든 노동을 하고 돈이 없어 언제나 부실하게 먹는 밑바닥 인생들이 너무나 가여웠다. 뭐 좀 집어넣을 만한 게 없을까? 이리저리 주방을 뒤져보니 마침 소고기가 남아있네? 근데 너무 조금이다. 이걸로 뉘 코에 붙이노? 고민하던 곰보 여편네, 소고기를 곱게 다져 아예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싸우지 말라 이거지, 히히)
그 외에 가지고 있는 재료는? 기름장수들이니까 기름이야 많지! 기름이나 듬뿍 부어 보자. 아주 센 불에 절절 끓인 다음, 소고기 다진 가루를 순식간에 볶아내었다. 그다음에 있는 재료는? 두부! 정방형으로 네모나게 자른 두부를 조심스레 집어넣고, 그다음엔 또 뭐가 있지?
있긴 뭐가 있어? 아무것도 없는지라, 에라 집에 있는 조미료로 소스나 만들자. 메주 가루에 고춧가루 · 후추 가루 · 밀가루 · 소금 · 마늘 · 파 · 참기름 등등 뒤져서 나오는 대로 듬뿍듬뿍 뿌려대어 소스를 만들어 두부 위에 주왁― 끼얹어서 무지무지하게 뜨거운 요리를 완성했는데, 과연 맛이 어떨까? 곰보 여편네도 사람들 반응이 너무너무 궁금했다.
앗, 뜨거 뜨거! 후, 후! 어휴 되게 맵네! 아이고 너무 짜다! 입안이 온통 얼얼해!
근데, 와! 죽여주네? 너무 맛있다아~ 두부가 너무 연하고 부드럽군.
후루룩 쩝쩝, 이야! 목구멍에서 사르르 녹는구만. 참기름 향기가 죽이네!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없이 먹어대는데, 그야말로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지경! 피로에 지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던 노동자들이 마파두부를 입에 넣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사지가 뜨끈뜨끈, 온몸에 피가 팍팍 돌고 힘이 불끈불끈 치솟는데, 시금치 먹은 뽀빠이가 따로 없고 하늘 나는 슈퍼맨이 따로 없다.
사연이 이러하니, 어찌 소문이 안 날 손가! 삽시간에 성도 시내 전역에 소문이 자자하니, 마침내 수많은 밑바닥 인생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로 시내 한 복판에 <마/포 떠우/푸> 전문 요리점을 열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인산인해, 금방 지은 가게가 부서질 지경으로 인기 절정에 달하였다네!
헌데, 재료는 싸지요, 만드는 법 간단하죠, 마침내 전 중국에 널리 퍼져 음식점마다 <마/포 떠우/푸>가 없으면 장사가 안 되었다나? 이런 거야 집에서도 얼마든지 만들어먹지, 급기야는 주부들까지도 치마 바람 일으키며 덤벼드니, 저렴한 서민 음식 손쉬운 가정 요리, <마/포 떠우/푸>는 이렇게 탄생하였던 것이다. 네, 전설 따라 삼천리, 오늘은 곰보 두부에 얽힌 사연이었습니다.
선생님, 근데요, 재밌긴 재밌는 데요, 생각만큼 아주 재밌지는 않았걸랑요?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스토리라고 사천요리의 정신이 담겨있다고 하신 거예요? 뭬야? 아직도 <마/포 떠우/푸>에 담긴 가치와 의미를 모르겠다고? 안 되겠다, 이점 감점! 철커덕, 철커덕!
첫째, 중국 역사상 요리사로 이름을 날린 사람은 모두 다 남자였다. 여자가 발명한 요리는 <마/포 떠우/푸>가 유일한 것이다. 둘째, 더욱 중요한 건 모든 요리의 요리법이 권력자나 부자에게 잘 보이려고 불철주야 연구해서 만든 거다. 인간 사랑의 휴머니즘 정신으로 조리법을 개발한 예는 거의 없다. 음, 가끔 있긴 있군. 하지만 가난하고 못 생긴 하류 계층의 여인이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남을 위해 요리법을 개발한 예는 전혀 없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요리는 더더군다나 없다.
이렇듯 가난뱅이 곰보 여인이 싸구려 두부로 천하를 제패했는데, 그래도 가치가 없고 의미가 없단 말이냐? 내가 너를 그렇게 밖에 못 가르쳤단 말이냐? 선생님,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 테니 노여움을 푸시고 제발 용서해 주시어요. 그리구, 빨랑 <꿍(→)바오(↓) 지(→)딩 : 宮保鷄丁>에 얽힌 사연도 가르쳐 주시어요. 만회할 기회를 주셔야죠.
그건 또 이 다음에 시간 내에 글 못써서 쩔쩔 맬 때 대비하여 비상용으로 꼬불쳐 놓을까 하노라~! 에헴.
[부록] 동해의 선물
구채구와 동해, 사천 땅과 한반도!
어느 곳의 정기가 더 빼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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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욕망이여, 죄악이여, 오시라!!! 말끔히 씻겨내어 드릴게요.
## 함께 듣고 싶은 음악. <태양은 가득히>
2. 룰루랄라~ 갈매기와 제 마음을 좀 보셔요.
3. 먹구름이 몰려와도 난 항상 당신 편이랍니다.
4. 난 아무 것도 몰라요. 무심이라잖아요.
5. 당신은 몰라도 돼요. 제가 지켜줄게요.
6. 애국가 노래, 추암바위 정기로 당신을 지켜줄게요
7. 어디, 어디, 어디에서 와았~느냐 황금박~쥐... 당신을 지켜줄게요
8. 땅속으로 팔백 미터 도망가도 지켜줄게요
9. 으악, 괴수가 나타났다! 얼른 여기 두려움 없는 이곳, 내 품으로 오셔요.
10. 도망가면 큰일 나요. 여기저기 머리 조심! 바위가 다치면 큰일 난다구요.
11. 이리 오세요. 어쩔 수 없잖아요? 꼭 달라 붙어서 지나가야 해요.
12. 천장에는 드래곤이 지나간 자국이... 제가 언제 여길 지나갔죠? 기억이 가물가물...
13. 에일리언이닷! 어서 내 손을 잡아욧!
14. 어느 혹성에 떨어진 거죠? 걱정 말아요, 내가 있잖아요.
15. 웬 수염? 수염 맞아여? 으~ 징글러브유~!!!
16. 저게 진짜 황금이라면... 그대가 레알, 진짜 황금이어요!
17. 저한텐 언제나 당신이 쵝오!
18. 우리 이제 곧 만나요. 당신을 천년이나 기다렸어요...
19. 드디어 만났군요. 꼭 안아주세요. 근데 어떤 눔이 뒤에서 훔쳐보는 거시여?
20. 헉... 이거슨...
이하는 한국방송윤리위원회의 심사에 걸려 삭제되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