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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오생 Mar 20. 2024

6. 식초와 두부에 얽힌 사연

단봉낙타 작가님께 사죄하며

오늘 아침, 호랑 작가님께서 전에 제가 쓴 <별유천지비인간, 무릉도원을 찾아서>를 읽어보시고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대댓글을 달려고 들어가 보니... 어랏? 단봉낙타 작가님께서 2월 28일에 댓글을 올리신 걸 여태껏 모르고 있었네요? 너무 죄송했습니다. 얼마나 섭섭하셨을까요...


어떻게 사죄를 드릴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작가님의 댓글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Vinegar Taster, 공자 붓다 노자가 같은 식초를 맛보고 각자 다른 리뷰를 남겼다는 일화가 생각나요. 현실적인 공자는 식초가 시큼하다 하였고 붓다는 쓰다고, 노자는 달콤하다고 했다는. 이 글을 읽고 평범한 인생을 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른 맛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작가님!


식초? 문득 예전에 출간한 책 속에서 '식초에 얽힌 사연'을 언급한 기억이 났답니다. 혹시 그 얘기라도 해드리면 성의를 가상히 여겨서 좀 봐주시지 않을까요? 단봉낙타 작가님, 재미있으면 용서해 주실 거죠? ^^;; 원래 댓글로 올리기에는 조금 분량이 있어서 고민하다가 여기 이 <자료실>에 올립니다.


잠깐 단봉낙타 작가님 소개를 해드리자면... 현재 두바이에서 큐레이터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아주 쉽고 재미있게 미술작품의 가치를 안내해 주신답니다. 머나먼 열사熱沙의 타국에서 다문화를 경험하고 있는 체험담도 아주 흥미롭게 듣고 있는 중이랍니다.

타를라마칸사막. 야딴雅丹 지질공원. 2005. 9. 1. 촬영.

사막,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옛날에는 늘 궁금했죠. 서역 땅을 가보고 난 후에는 다시 찾고 싶어서 몸살을 앓았을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 바로 사막입니다. 게다가 낙타는 오아시스를 이어주는 생명줄이며, 중국 민중을 문학의 세계로 데려다준 안내자이기도 하죠. 단봉낙타 작가님의 글방이 바로 그런 느낌이랍니다.


아울러 이런 사죄의 기회를 만들어주신 호랑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호랑 작가님은 브런치 통장님이신 아리사 작가님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요, 천재작가 작가님의 책을 읽고 <행복을 수집하고 퍼뜨리는 사람> 독후감을 써주신 아주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십니다. 조만간 아리사 작가님과 호랑 작가님께 배운 대로 실천하여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각설! 너무 서론이 길었죠? ^^;;


작가님들은 '식초食醋'를 왜 식초라고 하는지 아시나요?

‘식초’는 당나라 때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어랍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식食'이라는 글자를 빼고, 그냥 ‘초醋’라고 한답니다. 발음은 [cù 추(↘)].


중국: 초醋[cù 추(↘)]

한국: 식초食醋


왜 중국은 '초'이고, 우리는 '식초'라고 부를까요?

여기에는 아주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숨어 있답니다.




당唐나라 태종太宗 때의 일입니다. 아버지와 형제들을 몰아내고 황제가 된 태종 이세민李世民은 그러나 신하들을 사랑하는 명군이기도 했죠.


그가 어느 날 듣자 하니, 총애하는 신하 방현령房玄齡이 강짜에 질투 심한 조강지처 덕택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네요. 쯧쯧, 안쓰러운 마음에 늘그막에 재미 좀 보라고 어여쁜 여인을 첩으로 하사했답니다. 그런데 아니 이것 좀 보소? 그 다음날 조회 때 보니 방현령의 얼굴에 시뻘건 줄 열 개가 아래위로 좍, 좍, 그어져 있지 뭐예요? 전후 사정을 짐작한 이세민, 그 여편네 버르장머리를 짐이 대신 고쳐주리라! 대로하며 당장 방현령의 처를 잡아와 호통을 쳤다네요.


 “네 어찌 감히 황제의 뜻을 우습게 알고, 지아비의 얼굴에 손찌검을 하였는고? 짐이 당장 사약을 내려야 하겠거늘, 특별히 마지막 기회를 주겠노라! 네 옆에 놓은 독약을 마시겠느냐, 아니면 다시는 질투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겠느냐?


여인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브런치 여성 작가님들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요?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짐작하신 바로 그대로! 방현령의 아내는 푸르뎅뎅 새파란 눈동자로 표독하게 남정네들을 짜―악, 째려보더니, 서슴지 않고 그 독약을 단칼에 마셔 버렸답니다.  


그런데, 그 독약이 사실은 뭐였게요? 딩동댕. 바로 초醋였답니다. 또 그런데, 방현령의 아내가 그렇게 단숨에 초를 먹어버린 이후로, ‘초를 먹는다 食醋’는 말이 저잣거리에 덩달이 시리즈처럼 유행하였으니, 대체 무슨 뜻으로 유행하게 된 것일까요? 이번에도 딩동댕. 그렇습니다. '질투하다'는 뜻으로 유행했답니다. 그런데 뜡국 쌀람들이 낄낄낄 웃으며 초를 가리키며 식초, 식초... 하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아하, 이걸 식초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초를 식초라고 불렀다는 이야기.


한편 고대중국어인 동사 '식 食'은 현대중국어에서는 ‘吃 chī 츠’라는 동사로 바뀌었답니다. 우리말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한자죠. 중국에서도 ‘츠/추(↘)’, ‘초를 먹는다(吃醋)’는 말은 여전히 ‘질투하다’는 뜻이구요.




음... 얘기를 끝내고 보니 제 생각에도 별로 재미가 없군요. 썰렁... 안 되겠다, 뽀너스 차원에서 하나 더 해드리겠습니다. ^^;; 이번에는 만회해야 할 텐데요.


중국어로 '두부'는 '豆腐' [dòufǔ, 떠우(↘)푸(f)]라고 합니다. '두부를 먹는다'는 '츠/떠우(↘)푸(f)'가 되겠죠? 그런데 이 말은 '희롱하다'는 뜻도 있답니다. 유학을 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 말을 배우니까 너무 재밌잖아요. 어, 그런 뜻도 있어? 재밌네. 낄낄.


술을 거하게 마시고 난 다음날 문학사 수업을 들어갔는데... 아니, 선생님이 수업 시간 내내 떠우(↘)푸(f)... 떠우(↘)푸(f)... 계속 '두부 먹는 이야기'만 하시는 거지 뭐예요. 자세한 내용은 못 알아듣겠고... 쩝, 우리들더러 여학생 희롱하면 혼난다, 지금 야단치시는 건가... 내내 궁금했었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세상에... 두부 이야기가 아니라, 당나라의 위대한 시인 두보杜甫 이야기였답니다. 두보杜甫는 중국어 발음으로 [뚜(↘)푸(f)]인데 선생님이 사천 사투리를 쓰시는 데다가, 제 생각이 엉뚱한 데 가 있어서 두 시간 내내 한 마디도 못 알아들은 거죠. 그날 수업 진도가 '두보'라는 것만 알았어도 70%는 알아들었을 텐데요. 쩝. 작가님들은 혹시 그런 경험 없으신가요? ^^;;



참고 1. 실크로드의 민가


주룩주룩 똑- 똑- 연못에 비 그치면,

여기저기 짝을 지은 원앙들의 이야기.

霏霏點點廻塘雨, 雙雙隻隻鴛鴦語。     


이글이글 들판에는 꽃향기 무르익어,

펄럭펄럭 아가씨 옷, 금빛인 양 눈부셔라.

灼灼野花番, 依依金縷黃。     


하늘하늘 강가에 맵시 있는 그 아가씨,

둘씩 둘씩 냇가에서 환희의 춤을 춘다.

盈盈江上女, 兩兩溪邊舞。     


교교한 달빛은 비단같이 부드러워

사뿐한 구름에 퍼져 가는 분 내음...

皎皎綺羅光, 輕輕雲紛妝。     

- 돈황 민가



새 절을 지었다네 영생을 기원했네.

꽃 무덤 사이에서 내 님과 살짝 만나.

建寺祈長生, 花林摘浮郞。     


사랑 사랑 넘쳐나는 이합화離合花 꽃밭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독요초獨搖草가 흔들리네.

有情離合花, 無風獨搖草。

    

즐겁고도 기쁘구나, 꽃 따러 가세.

형형색색 어여쁜 꽃, 꽃 따러 가세.

 喜去喜去覓草, 色數莫令少!     

- 돈황 민가, <투백초鬪百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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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안 부는데 왜 풀이 흔들릴까요?

풀이름은 왜 독요초獨搖草일까요?

정말 이름 그대로 저 혼자 흔들리는 풀일까요? ^^


실크로드 사막 문화는 오아시스 문화라고 있죠. 오아시스를 벗어나면 언제든지 죽음과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제 헤어지면 살아서 다시 만날 있을지 가늠할 수조차 없습니다. 따라서 그곳에는 밀당도 없고 가식과 위선도 없답니다. 천행으로 다시 만나게 되면 오직 환희! 저절로 기쁨의 춤을 출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 2. 사막 에피소드



사막에서 만난 가이드가 있었습니다. 완전 훈남 하사크족이었죠. (그 동네는 미남 미녀가 무지 많아요. ^^) 저를 "따꺼~ 大哥", 형님이라고 불렀는데요, 자기가 만난 사람 중에 제가 번째로 인상 깊다고 하네요? 할 수 없이 예의상 첫 번째가 누구냐고 물어봐 주었답니다. ^^;;


20대 중반의 일본 아가씨라더군요. 혼자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걸어서 횡단했대요. 아, 물론 가이드랑 같이 간 거죠. ^^;; 그 훈남 하사크 친구가 through guider(처음부터 끝까지 동반하는 가이더), 경유지마다 바뀌는 local guider 2명, 3명의 남자 가이더와 그 아가씨, 그렇게 4명이 일행이 되어 지구에서 번째로 넓은 타클라마칸사막을 걸어서 횡단했다지 뭐예요? 직업이 뭐냐, 기자냐, 물어보니 아니래요. 그냥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서 혼자 그 엄청난 사막을 걸어서 횡단했다고 하네요. 세상에...


그 당시에는 실크로드와 티베트고원에는 그런 서양 친구들과 일본 친구들을 꽤 만날 수 있었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죠.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매우 예민하게 다루는 지역이어서, 요새 그런 행동을 하면 공안(경찰)들이 간첩죄로 다 잡아갑니다. 한번 체포되면 아주아주 골치 아픕니다. 각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타클라마칸 사막. 2006. 6. 30.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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