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설날문화 (5)
여러분, 안녕하세요?
갑진년 까치설날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님을 위한 글감 자료 사랑방]을 오픈했습니다.
'님'이 누구인지, 다 아시죠? 바로 여러분 작가님 & 독자님이십니다. ^^
<동아시아의 창세기 일장 일절>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앞으로 이곳에 동아시아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올려드리고자 합니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창작 인스피레이션이 파바박~~ 샘솟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다른 자료를 올리려다 보니... 오늘이 까치설날, 내일이 설날이네요?
때가 때이니만큼 먼저 중국의 설날 문화에 관한 자료를 올려드리고자 합니다.
불초 소오생이 예전에 출판했던 책에서 추려왔습니다.
이 자료의 필체는... 학생들과 정답게 문답을 주고받는 대화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따옴표를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형식만 학생들과의 대화체일 뿐, 어차피 저의 내면에서 흐르는 심리활동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럼 즐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에서 이어집니다)
자! 새해 첫날이 밝았다! 모두들 일어나라, 다 같이 모여 다 같이 먹자! 이제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다.
설날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아이들은 입을 모아 대답한다. 맛있는 거 먹으니까요! 세뱃돈 받으니까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명절날은 맛있는 것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까 좋지!
네? 뭐라구요? 여자는 아니라구요?
그렇다. 우리나라 여자들은 명절 때가 너무 싫다. 여자들이 뼈 빠지게 음식 장만하는 동안, 남자들은 고스톱 치고 술 마시고 또 자기네들끼리만 모여 열심히 처먹는다. 여자들은 뒤늦게 남은 음식을 따로 모여 앉아 ‘쓰레기’ 청소 차원에서 꾸역꾸역 먹는다. 웬수같은 남자 웬수같은 명절! 아, 불쌍한 한국의 여인이여!
뭐라고요? 그게 다 여자로 태어난 업이라고요? 이런 말은 특히 엄마가 딸자식에게 많이 한다. 어머님! 안 돼요, 이제 더 이상은 안 됩니다. 더 이상 딸자식들에게 잘못된 관습을 참고 견디라고 가르치지 마세요. 그 가슴속에 쌓여 가는 한을 왜 모르세요? 이 기막힌 가슴앓이 병을 손녀딸에게도 대물림하라 강요하시는 겁니까? 자, 보시죠, 중국 여인들이 명절을 어찌 보내는지 살펴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지요!
우선 중국에서는 웬만한 일반 가정이라면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고 다 함께 모여 다 함께 동시에 식사를 한다. 남자 여자를 가려 딴 상에서 먹는 법이 절대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첫째는 중국요리의 특성상 그런 이유가 크다.
왜냐하면 중국요리는 미리 만들어 놓을 수가 없다. 물론 중국 음식점에 가서 요리를 시키면 맨 먼저 나오는 냉채冷菜는 예외다. 우리나라 음식은 차가운 요리가 많지만, 중국에서 차가운 요리란 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가볍게 한두 점 집어먹지, 그걸로 배 채우는 바보는 절대로 없는 것이다.
진짜 중국요리는 모두 뜨거운 요리다. 게다가 중국 음식은 기름을 많이 두르기 때문에 뜨거울 때 먹어야지, 식으면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주인은 요리를 내오면서 반드시 뜨거울 때 얼른 먹으라는 말을 하게끔 되어 있다. 안 하면 중국요리가 아니다.
“쩌(↘)스 취엔(↗)지아(→)푸(fu)! 따(↘)지아(→) 비에(↗)커(↘)치, 천(↘)러(↘)츠(→)”
“這是全家福! 大家別客氣, 趁熱吃。”
“이건 전가복全家福이에요! 모두들 사양 말고 뜨거울 때 어서 드세요.”
전가복?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그렇다. 요새는 우리나라에서도 웬만한 중국 음식점에 가면 다 시켜 먹을 수 있다. 식구끼리 가면 꼭 드시기 바란다. 왜요? 왜라니? 벌써 이름이 좋잖아! 다 함께 모여라, 다 함께 먹자! 가지가지 비싸고 기똥차게 맛있는 해산물을 몽땅 다 집어넣어 지글재글 만든 거니, 온 집안 식구들 빠짐없이 모두 모여 다 함께 축복을 받읍시다! 그래서 전가복인데, 어때? 너라면 안 먹고 싶겠니?
아무튼 그런 사연으로 중국 음식은 남자고 여자고 따지지 않고, 같은 식탁에 다 함께 모여 앉아 다 함께 동시에 먹을 수밖에 없다. 음식 만든 사람을 아예 굶겨 죽이려는 심산이 아니라면 말이다.
울리 쌀람 요리 싸전辭典에 남겨따가 데펴 먹는 궁상窮狀마즌 지꺼리, 그런 거 읍다 해! 음식은 한꺼번에 다 가치 먹어야 한다 해! 공자님 말씀 울리 쌀람 절대 잊지 않는다 해!
아니, 그럼 여주인이 내온 요리 한 접시를 다 먹고 난 다음에는 어떡하죠? 그것만 먹고 마나요? 아니다. 그럴 리가 있는가? 요리 한 접시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이면 누군가가 벌떡 일어나기 마련이니 걱정 붙들어 매시라! 보나 마나 또 여자가 일어나겠죠, 뭐. 에고, 불쌍한 여인이여….
아니다! 그게 아니다! 두 번째는 남자가 일어난다. 반드시 남자가 일어나게 되어 있다. 수많은 손님을 골고루 그리고 다 같이 배불리 먹이는 것, 그게 공자님의 가르침이었다는 사실을 벌써 잊었단 말이더냐? 여인이라고 굶어 죽으란 말이냐?
그래요? 가부장제를 공자님이 만든 게 아니란 말인가요? 전 여자는 예외인 줄 알았죠? 어허! 이런, 이런! 공자님에 대한 오해가 이렇게 깊을 줄이야. 가부장제를 왜 공자님이 만든단 말이냐... 네 녀석 그런 오해에 쌤은 가슴이 썩는구나. 아무튼 그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두 번째는 보통 남자 주인이 나서서 솜씨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하오(√)! 쩌(↘)츠, 여오(↗)월(↓)라이(↗)!”
“好! 這次, 由我來!”
“좋았어! 이번엔 내가 해보지!”
부엌에 성큼성큼 들어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뜨거운 불에 운두가 깊은 커다란 후라이팬을 척! 올려놓고 치직치직~ 돼지기름을 자작하고도 풍성하게 후라이팬에 두른다.
‘으음, 야오(↘)쭈오(↘) 선(↗)머?’
‘嗯, 要作什么?’
‘으음, 뭘 만들면 좋을까?’
그제야 뭘 만들까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디 보자, 마누라가 무슨 재료를 준비해 놨나? 응, 이건 닭고기 잘라놓은 거군. 이건 죽순이고, 이건 표고버섯이라…, 하하, 역시 마누라는 내가 뭘 잘 만드는지 18번 요리를 안단 말이야. 가만있어봐라, 고추가 어디 있을 텐데? 음, 여기 있군! 지글지글~ 확~ 확~(불 올라오는 소리. 히히) 오케이! 다 됐다!
물론 기본적인 재료 같은 거야 알뜰한 아내 님이 미리 준비해 놓으셨겠죠? 남편은 그러므로 준비해 놓은 재료로 요리만 하면 된다. 그런데 중국요리는 재료를 미리 손질해 놓기만 하면 정작 요리하는 시간은 아주 짧다. 아주 뜨거운 불에 순간적으로 볶아 내거나 튀겨내기만 하면 되니까 남편도 전혀 고생스럽지가 않다. 오직 즐거울 따름이다.
여기서 잠깐 딴 얘기 한 마디! 우리나라 야채 요리는 대부분 나물이라 푹 삶아내기 때문에 영양소가 거의 다 파괴된다. 그러나 중국의 야채 요리는 아주 짧은 시간에 볶아내므로 영양소가 거의 파괴되지 않는다. 이런 요리법은 우리도 좀 배우면 안 될까?
아무튼 그러므로 남편이 부엌에 들어가서 요리를 만든다 해도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힘들게 만드는 게 아니다. 노래방에 가서 흥겨운 반주에 맞춰 18번 노래 한 마디 뽑듯이, 착! 착! 즐겁고도 유쾌하게 준비된 재료로 다년간 연마하여 숙달된 솜씨를 발휘하여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다.
요리는 아무리 길어도 10분 정도면 완성된다. 남편은 신이 나서 후라이팬에 담긴 음식을 휙― 허공에 던져 커다란 접시 위에 척― 올려놓고 식탁으로 나가며 소리를 지른다.
“(을)라이(↗)러, 라이(lai)러! 워(↓)더(↑) 나(↗)서우(↓)차이(↘) (을)라이(↗)러!”
“來了, 來了! 我的拿手菜來了!”
“자, 나갑니다, 나가요! 제가 만든 십팔번 요리가 나갑니다!”
식탁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들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른다. 와, 무슨 요리일까? 이야, 라(↘)쟈오(→)지(→)구나! 야, 맛있겠다! 와글와글, 다함께 모여라! 왁자지껄, 다 함께 먹자! 냠냠냠!!! 와, 맛이 끝내주는 걸? 술도 한 잔 해야지? 깐베이乾杯!
선생님, 잠깐만요. 라/쟈오/지辣椒鷄가 어떤 요리죠? 으음, 그건 말이야 '고추 辣椒'의 매운맛을 살린 닭튀김 요리란다. 우리나라 중국 음식점에서는 '라조기'라고 하지. 표준어에서는 ‘닭 계鷄’ 자를 ‘지(→)’라고 발음하는데, 산동에서는 ‘기’라고 발음하기 때문이야. 우리나라에 사는 대부분의 화교가 산동 출신이기 때문에, 우리는 요리 이름을 산동 사투리로 알고 있는 거란다. 그런 예는 또 있다. 기스면은 원래 중국 표준어로는 지/스/미엔鷄絲麵이고, 깐풍기는 깐펑지干烹鷄다.
아무튼 즐겁게 커다란 접시 하나가 또다시 비워갈 때쯤 되면, 또 누군가가 일어나서 솜씨를 발휘하러 부엌으로 신이 나서 쳐들어간다. 순서 상 대개 시아주버니나 시동생 차례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시아버지가 먼저 나서기도 한다. 여인들은 뭘 하냐고? 미리 기본 재료들을 손질하여 주방에 갖다 놓았으므로,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안심하고 자리에 앉아 즐겁게 환담을 나누며 함께 식사를 한다.
어머님, 어떠세요? 중국 여인들이 너무너무 행복해 보이지 않으세요? 네, 뭐라구요? 그건 중국의 특별한 가족 이야기가 아니냐구요? 아뇨! 제가 어떻게 감히 어머님께 사기를 치겠어요? 어디까지나 오늘날 평범한 중국 가정의 모습이랍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 여자들보다야 형편이 조금 낫겠지만 명절이 되면 중국 여자들이라고 왜 바쁘고 힘들지 않겠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이 서러운 게 어디 그까짓 고생 조금 더하는 것 때문이겠어요? 결정적인 순간에 다 함께 모여 다 함께 먹는다는 그 사실, 그 자체가 감동 아니겠어요?
남편이란 사람이, 그리고 그쪽 시집 식구들이 자신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접해 준다는 사실 그 자체가 우리 한 많은 한국 여성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여인의 업이라니요? 어머님, 이제는 제발 그런 맹목적인 순종을 강요하는 말씀은 말아주세요. 그 대신 어머님 가슴에 맺혔던 그 피멍이 더 이상 대물림되지 않도록 따님에게 용기를 북돋는 그런 격려의 말씀을 해 주지 않으시겠어요?
중국 여성들이 타고난 복은 그뿐이 아니다. 오늘날 중국인들은 대만이나 대륙을 막론하고 외식을 아주 많이 한다. 특히 아침은 거의 모든 중국인이 무조건 사 먹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중국 사람은 아침 식사를 가볍게 한다. 그래서 거리에서 파는 아침 식사는 대부분 기름기가 없다. 또 그래서 아주 싸다. 또 또 그래서 유학생이던 소오생은 아침 식사 때가 너무 즐거웠다. 그러니 여성들이 얼마나 편하겠는가? 사실은 그래서 남성들이 편하다!
또 점심 식사 때도 거의 외식이다. 왜냐하면 중국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 직장이 있기 때문이다. 대륙이야 사회주의 국가이니 당연히 무조건 직장이 있다.(각주: 1990년대 얘기입니다 ^^;;) 대만은 여권女權이 신장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 또 당연히 직장이 있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또 자연적으로 저녁도 외식할 때가 많다. 집에서 먹는 경우는 일주일에 두서너 번 정도다. 그런데 그중 한 두 번은 남편이 하게 마련이니, 아내가 집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경우는 끼니로 따져서 일주일에 불과 두세 번 밖에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 니 쑤오(→) 선머? 啊? 你說什么? 네, 뭐라고요? 여인의 업이요?
헝! 차이(↗) 부(↗)쓰(↘)너! 哼! 才不是呢! 오머머, 그게 무슨 말씀이죠? 여기는 여인 천하, 중국이랍니당~
한국은 미투 미투 소리만 요란하지, 아직도 멀었어여~~ 부러우면 따라 하시던가요~ ^,.^
전편도 있답니다. 읽어보시면 더 의미 있는 자료라고 공감하실 거예요. ^^
<중국의 설날 문화 끝>